강성모 신임총장이 본보 김연신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단란한 강성모 UC머시드 신임총장 가족. (왼쪽부터) 장녀 제니퍼, 강 신임총장, 부인 차명아 여사, 아들 제프리.
가난한 유학생이 UC 수장으로‘우뚝’
1970년 연세대 4학년때 교환학생 선발 미국으로
“남보다 뛰어나야 선택받아” 충고 듣고 뼈깎는 노력
‘영어 액센트’ 문제 삼자 연구-행정 능력으로 극복
“독립운동을 하셨던 할아버지가 늘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박사가 돼서 민족과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한인 최초의 UC계열 총장에 오르게 된 강성모 교수가 오늘의 영광을 얻기까지는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강 교수의 조부는 상해에서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 강대현 선생.
강 교수는 양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부터 상해임시정부와 러시아를 오가며 독립자금을 모았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나도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키웠다.
할아버지는 항상 어린 강 교수에게 “나라를 잃으면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자신의 안위보다는 남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수없이 강조했고, 강 교수는 할아버지의 소중한 말씀을 가슴 깊이 간직해 왔다.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물론 경신 중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도 항상 반장을 맡아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고, 화합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70년대 한국을 떠난 뒤 지금까지 잠시도 잊은 적이 없는 인생목표이자, 큰 힘이 됐다.
미국생활은 그에게 많은 변화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띄게 했고, 도전감을 심어줬다. 연세대학교 4학년때 박대선 총장의 추천으로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뉴저지의 페어레킨 디킨스대학에 도착했을 때 강교수는 자신이 미국인들에게는 언어와 모든 것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으로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당시 필리핀 출신의 대학원 지도교수가 해준 한마디 충고는 강 교수의 미국 생활은 물론 인생의 지표가 됐다.
강 교수는 “지도교수는 ‘스티브(강 교수의 영어이름), 당신이 백인들과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동양인인 당신을 누구도 원치 않아. 남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선택되지 않아. 언제나 추가의 노력을 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어’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강 교수는 머리만 믿고 연구실에 매여있는 죽은 학자가 아니라 치열한 노력으로 미국 전자공학 분야에서 최고의 리더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을 잊지 않았던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이 36년 만에 미국 메이저 대학 총장에 오르게 만든 셈이다.
강 교수는 “이민자인 자신이 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미국에서 기회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 교수가 지난 2001년 UC샌타크루즈 대학 베스킨 공과대학 학장으로 임명됐을 때 학장이 영어를 할 때 액센트가 있다고 말하는 동료교수들과 교직원들도 있었지만 그는 “나의 액센트는 학장 업무 수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뛰어난 연구능력과 행정능력으로 무장한 리더십으로 그들을 압도했다.
특히 학장을 맡은 초기에 리서치를 많이 하라고 지시하는 일부 교수들이 불만을 보이자, 자신이 직접 연구에 몰두하며 그의 사무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 러더로서의 솔선수범을 보여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책에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명성보다는 개척을 중시하는 강 교수는 신설 학교인 UC 머시드에 매력과 의욕을 느끼고 있다.
나름대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그는 신생대학을 명문으로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을 더욱 반기고 있다.
그에겐 또다른 목표가 있다. 한국의 인재들을 한민족의 소중한 재산으로 키우는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에게 알리고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 강 총장 일문일답 >
“2세들에 롤모델돼 기뻐”
▲한인으로서 UC최초의 총장이 된 소감은.
-아마도 UC뿐 아니라 전 미국 대학에서 한인이 총장이 된 케이스는 최초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미국에 이민와 사는 사람들로서 지금의 세대보다 후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교육계에도 일종의 롤 모델이 필요한 시점에서 내 자신이 그들의 길을 터주고, 계기와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며, 그것이 한인으로서의 내 ‘미션’이라 생각한다.
▲UC머시드 총장에 취임한 이후 총장으로서의 계획은.
-지역산업과 경제에 걸맞는 학과를 육성해 나가고, 지역기업들과 공동연구활동을 펼쳐나가 이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취업시장을 넓혀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졸업생들에게도 많은 이점을 부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금으로부터 5년 후에는 UC머시드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후학양성은 물론, UC샌타 크루즈의 공대학장을 맡아서도 큰 성과들을 거뒀다.
-일리노이대학(어바니 샴페인 캠퍼스) 교수 재임시절,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가 돼 있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정성욱 교수, 고대 전자공학과 김철우 교수, 중앙대 전자공학과 백광련 교수, 광운대 컴퓨터학과 최욱철 교수 등인데 이에 대해 남다른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지난 5년간 UC샌타 크루즈의 2대 공대 학장을 맡으면서는 학교발전과 내실을 기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인 학생들이나 한국 유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미국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지만, 나처럼 이민자 출신이 UC계열의 대학에 총장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나라’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인종에 대한 장애물이 일부 존재한다 해도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히 실력을 인정받을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들만큼 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대안이라면.
-미국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토론문화와 학풍도 오픈돼 있는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미국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중 최우선 과제라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초중등교육에서 수학과 과학의 수준이 대학교육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테크날러지 부문에서 계속적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가려면 고등학교까지의 수학과 과학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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