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찌는 솥단지 함부로 열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솟구치는 새떼를 본 적이 있나 모르겠어요.
수증기처럼 뽀얗게 솟구쳤던 수백 마리 새들
하늘 맷돌 빙글빙글 돌리는 장관을 본 적이 있나 모르겠어요.
이때부터는 새떼라고 부를 수도 없었답니다.
어쩌다 지구까지 내려온 비행접시를 본다고 여겼을 뿐이지요.
놀라움이 화들짝 열어젖혔던 눈 속에서
은회색빛깔을 가진 외로움 한 대가 선회를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한 마리였을 새에서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로 마구 불어났을 새들,
외로움은 보탤수록 커다란 적막이 된다는 거
말하자면 나그네새들이 운동장만한 적막을 끌고
이동하는 걸 봤다는 얘기를 하려는 참인데요.
나는 두 손을 들어 애틋함이 뚝뚝 떨어지게 흔들어줬습니다.
한손으로는 뭔가 많이 부족한 배웅으로만 여겨졌거든요.
나그네새들 가벼운 깃털 몇 개 떨어뜨려주고 가더군요.
하필 사람의 몸을 가져 무거운 손바닥 위에
■약력: 현대시학 추천 등단/ 중앙일보(서울) 신춘문예당선/ 한국일보 미주본사 문예공모전 심사위원.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출간
<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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