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가장 격론이 되는 이론이 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다. 이를 번역하자면 ‘효율적 시장 가설’이 되는데 이는 주식의 가격은 바로 그 시점에 모든 관련 정보를 다 반영하고 있어 개별적인 주식투자는 시장전체의 수익률을 이길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이 때 관련 정보를 다 반영하는 시장의 상태를 효율적이라고 하기 때문에 이 가정을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 부른다.
EMH는 일반관행을 벗어난 개념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무작위로 골라서 주식에 투자해도 심사숙고해서 골라 투자한 수익률보다 못하지 않다는 가정이 열심히 주식을 연구하는 투자가에게는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EMH는 항상 도전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여러 반대이론이 있지만 그들의 핵심은 주식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가 없다는 의견에 있다. 즉 효율적 시장이 되려면 주요 정보가 거의 동시에 전시장에 알려져야 한다는 전제가 통해야 하는데 거리의 제약이나 인간의 인지능력의 왜곡과 한계 등으로 인해 정보의 즉시 전달은 비현실적이어서 효율적 시장의 가정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이다.
과연 시장이 효율적이냐는 명제에 초점이 맞춰진 EMH에 대한 논란은 결론 없이 계속돼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어서 EMH가 맞느냐 안 맞느냐는 거의 무의미한 논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에게는 EMH 이론이 시사해 주는 정신이 투자에서 실수하지 않게 하는 소중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첫째 EMH가 주장하는 대로 개인의 선별적 투자는 장기적으로 시장전체의 수익률을 이길 수 없다는 이론은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준다.
실제로 전문투자가로 이루어진 뮤추얼펀드의 기록을 보더라도 10년 이상의 장기적 기록을 보면 전체 시장의 수익률보다 높은 경우가 거의 없다. 이들 전문투자가들은 EMH를 이겨내기 위해 수학적 이론도 연구하고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깊은 분석도 하며 정보 수집을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기관들이다. 이들의 기록이 EMH를 대부분 이기지 못할 때 하물며 제한된 이론이나 정보로 투자하는 개인의 투자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둘째 EMH는 개별종목의 투자로 전체 시장보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결국 위험도가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위험도가 높은 주식을 사서 운이 좋아 그 기업이 성공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는 운이 나쁘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운에 걸고 도박을 해보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EMH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을 해 전문가가 되지 못할 일반투자자는 전체 시장의 수익률이 최선의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자족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재능과 노력 없는 고위험의 투자는 도박과 다를 바 없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너무나 평범한 이론이다.
EMH는 이러한 평범성 때문에 더욱 도전받는지 모른다. 그 도전은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동반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고 투자의 전설적 인물인 워런 버핏처럼 EMH를 이겨낼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경우는 막연한 도전이고 이는 무모요 만용일 뿐이다.
황금돼지 해라고 기대가 많다. 황금돼지 해가 정설인지는 모르지만 희망적 기대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굳이 나쁠 것도 없다. 그래도 기우라면 혹시 황금돼지 해여서 돈을 잘 벌리라는 기대의 저변에 바로 그냥 어떻게 되리라는 무모와 노력 없이 부를 이루고자 하는 탐욕이 있을 수 있다는 사회현상이다.
황금돼지 해에 가장 큰 축복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데서 찾으면 어떨까. EMH가 가르치는 시장보다 내가 더 뛰어나기가 힘들다는 겸허함을 받아들여 성공은 열심히 노력하는데 있다는 세상의 지혜를 한번쯤 새겨보며 더 열심히 노력하는 데서 황금돼지의 축복을 받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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