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는 한 노파가 오줌을 누고 있었다
자기 속을 흘러나오는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건너편을 보고 있다
손에는 여전히 쑥 캐던 칼을 들고
바닥에 쑥 같은 것이 조금 깔려 있는 바구니 옆에 앉아
맞은편에는 저녁해가 횃불처럼 타오른다
수면 위로 잉걸들이 툭툭 떨어져 내린다
‘새소리 몇이 아직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데 벌써 산이 어두워지다니!’
그녀는 천천히 고쟁이를 추키고 바구니를 든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불똥이 튀고 있는 강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수세기, 자기 속을 돌아 나온 강을 치맛자락처럼 끌고
노파는 간다
이경림(1947~)‘강’전문
단지 오줌을 누고 있었을 뿐인 노파에게서 시인은 강이 흘러나온다고 말한다. 이것은 곧 누대에 걸쳐 생명을 생산해내는 여성성에 관한 시각이다. 생명의 원천인 여성들의 자궁에 대한 인식. 잉걸들이 툭툭 떨어져 내리는 시각을 배경으로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강물도 가고 노파도 가고, 결국은‘간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관한 것.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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