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종막에 굴러온 ‘생명보험 돈벼락’
맨해턴의 80세 노인 마빈 마골리스는 자신의 사망에 돈을 걸 투자자를 찾고 있다. 2년 전 마골리스는 거액의 보험을 샀다. 이젠 이 보험을 투자자에게 팔까 생각중이다. 판다면 200만달러는 받는다. 이 돈이면 인생의 마지막 남은 몇 년은 돈을 펑펑 뿌리면서 살 것이다. 마골리스 노인의 생명보험을 200만달러 주고 산 투자자들은 노인이 사망할 때 700만달러의 보험금을 받게 될 것이다. 이들 투자자들은 노인이 어서 빨리 죽기를 고대할 것이다. 노인이 죽으면 비싼 보험료를 더 이상 안 내도 되고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게 될 터이니. 젊은 시절 재정상담가로 활동했던 마골리스 노인은 “이건 내 육신을 자산으로 선용하는 기가 막히는 기회다”라고 말한다. 죽을 때가 가까워 온 늙은 나이가 오히려 황금 지렛대로 쓰이는 셈이다.
‘부유한 노인의 죽음에 투자’ 신개념
헤지 펀드·투자금융사·큰손 투자자들 가담
보험료 융자하여 가입시킨 뒤 보험 재매입
단기간에 수백만달러 챙기는 ‘빅 비즈니스’
본래 목적 벗어나 “보험산업 망친다”우려도
<노인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이용해 거액의 보험 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부유한 노인들의 죽음에 베팅하는 생명보험 투기는 빅 비즈니스로 떴다. 남들이 달려들세라 쉬쉬하며 빠르게 확산돼온 이 비즈니스에는 이젠 대형 투자회사들도 가담하고 있다. 많은 헤지 펀드들과 도이체 뱅크와 같은 투자은행들이 투기성 생명보험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워렌 버핏 같은 거물도 노인들로부터 생명보험을 사들이는데 거액을 투입하고 있다. 투기액은 이미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투기꾼들은 노인들이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비싼 보험료를 내주거나 융자를 해주고, 노인들에게서 매입한 생명보험을 다른 투기자들에게 재판매하기도 한다.
마골리스 노인의 케이스는 많은 투기꾼들이 노인의 마지막 몇 년 남은 생명을 이용하여 돈벼락을 맞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늙어 노인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쏟아질 것이고 이들은 투기꾼들에게는 큰 기회, 보험사에게는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마골리스 노인과 같은 생명보험 거래행위는 보험산업을 불구로 만들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걱정한다.
보험사들은 많은 경우 가입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보험을 해약한다고 기대하고 보험을 판매해 왔는데(노인들이 늙으면 자녀들이 장성하여 재정적 보호망의 필요성도 줄어, 보험료 납부 부담도 증가해 사망 전에 해약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할 때까지 해약하지 않고 보험금을 타 간다면 보험사로서는 이익이 크게 줄게 되고 늘어나는 클레임에 대비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보통 노인들은 생명보험에 가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자신의 생명보험을 파는 노인들도 많아졌다. 급한 의료비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거액 생명보험 투기 행위는 생명보험 본연의 목적에도 위배되고 보험산업을 망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생명보험은 한 개인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방인의 죽음으로 어떤 사람이 이익을 취하고 이런 투기행위로 인해 생명보험료는 급등하고 산업은 불구가 돼 간다는 것이다. 거액의 보험료를 내기 위해 투기꾼이 융자를 제공하고, 이렇게 하여 가입한 보험은 다시 투기의 대상으로 악용된다.투기성 생명보험(speculator-initiated life insurance. 약칭 ‘spin-life’ policies)은 이미 빅 비즈니스가 돼 버렸다. 올해 1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안에 돈벼락을 맞게 해 주는데 마다할 이가 없다. 탐 폴슨이란 82세 노인은 7개 보험사로부터 무려 1억2,00만달러에 달하는 생명보험을 매입, 보험사들에 제소당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에서는 노인들에게 무료 크루즈 여행을 제공한 뒤 선상에서 신체검사와 보험가입을 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인들에게는 무료 크루즈 여행이었지만 보험사에게는 재정적으로 타이태닉호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스핀 생명보험으로 보험사들은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4년 한 노인이 투자자 A로부터 대출을 받아 600만달러짜리 생명보험을 산다. 연간 보험료는 40만달러.
<만약 이 노인이 2005년에 사망한다면 노인의 가족은 600만달러의 생명보험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투자자 A에게서 융자받은 40만달러와 이자를 합쳐서 갚는다>
<그러나 만약 이 노인이 2006년에도 생존한다면 이 노인은 자신의 생명보험을 투자자 B에게 200만달러를 받고 판다. 보험을 판 돈으로 투자자 A에게서 융자받은 돈 80만달러 및 이자를 갚는다. 투자자 B는 노인이 한해 더 생존할 때마다 연간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낸다>
<만약 이 노인이 2007년에 사망한다면 투자자 B(그의 가족이 아니라)는 보험금 600만달러를 수령하게 된다. 투자자 B는 320만달러의 순이익을 챙기게 된다(보험금 600만달러에서 보험 매입금 200만달러, 2006년과 2007년 두해에 걸친 보험료 80만달러를 뺀 금액). 2년간 투자금의 114%란 고수익을 올렸다>
<뉴욕타임스 특약-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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