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다른 손에는 콜라를 든 모리시오 산체스(32)는 7-일레븐과 같은 편의점 단골이다. 사무직원인 산체스는 멕시코시티 다운타운에 있는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가까우면서도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산체스는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 ‘엑스트라’에서 가족들이 먹을 우유를 산다. 그리고 멕시코시티 곳곳에 있는 ‘옥소’에서 맥주를 사 마신다. 이러한 편의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게 산체스의 말이다. 미국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편의점의 수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에 7,600개 10년 새 5배 증가
직장인들 가까운 업소에서 점심 해결
바쁜 맞벌이 부부 생활용품 구입처로 애용
매장 밝고 물건 다양하고 영업시간 길어 인기
체인 700개 ‘7-일레븐 멕시코’ 작년 매출 4억달러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피멕스 주유소과 함께 있는 한 편의점. 이 곳의 매출의 상당부분은 개스를 넣다가 점포에서 물건을 사는 운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멕시코 전역에 편의점 체인만도 7,600개가 넘는다. 지난 10년 간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럴듯한 체인 편의점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간판을 내건 독립 상점들도 수두룩하게 들어섰다. 14만여개의 편의점이 퍼져 있는 미국과는 상대가 아니지만 멕시코의 변화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멕시코에도 편의점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로 만든 버리토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 한 예이다. 멕시코 대형 체인 편의점들은 생활의 변화와 기호의 다양화를 감안해 사업의 영역을 키워가려고 한다.
소득이 높은 도심의 맞벌이 부부들은 종래의 어두침침하고 작은 가게보다는 크고 환하며 많은 물건을 진열해 놓은 체인 편의점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들 편의점은 영업시간도 상대적으로 길어 맞벌이 부부가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7-일레븐 멕시코’의 회장인 루이 차파는 잡화점을 운영하다 1976년 편의점으로 바꿨다. 지금은 멕시코 전국에 700개의 업소를 오픈했고 앞으로 3년 간 매년 100개씩을 추가할 계획이다. 차파는 “시장의 전망은 아주 밝다”고 했다.
물론 7-일레븐과 다른 체인 편의점의 점포 증설은 다른 나라에서처럼 쉽지는 않다. 개스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편의점에서는 80%가 개스를 판다. 그리고 편의점 매출의 4분의3, 순익의 40%가 개스 판매에서 나온다. 아울러 이런 이유로 인해 개스를 넣으려는 운전자들이 겸사겸사 편의점에 들어가 다른 물건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소비자의 20%만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개스 소매를 국영인 ‘피멕스’가 독점하고 있다. 일반 편의점은 피멕스와 계약을 체결해 개스를 판매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피멕스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피멕스 주유소는 멕시코 전역에 7,400개뿐이다.
멕시코 최대 체인 편의점인 ‘옥소’는 점포가 약 4,500개다. 이는 기업 ‘몬트레이’가 주인이다. 몬트레이는 멕시코 최대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 펨사’의 모회사이다. 그리고 전국 두 번째 규모의 맥주회사인 ‘CCM’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엑스트라’ 체인 편의점이 있다. 이는 맥주 코로나로 유명한 멕시코 최대 맥주회사인 ‘모델로’가 운영한다. 펨사와 모델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일레븐 멕시코는 이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멕시코의 전통을 마구 제거하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면서 고객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네 길모퉁이의 작은 전통 점포에서는 6개짜리 팩의 또띠야를 살 수 있다. 훈훈함이 배여 있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별로 좋지 않다. 영업시간도 짧고 물건도 가지런하지 못하고 다양하지도 않다.
납품업자들은 냉장고나 환풍기를 공급하고 관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빵, 우유, 아이스크림, 맥주 등을 자사제품으로 진열하도록 한다. 그러니 물건이 다양할 수 없다. 7-일레븐 멕시코는 기존의 납품업자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카콜라, 펩시콜라 등과 같이 라이벌 제품을 진열해야 매출을 쑥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납품업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가장 중요한 납품업자인 펨사와 모델로는 7-일레븐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이들도 자체 체인 편의점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7-일레븐 멕시코는 2006년 약 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식의 체인 편의점이지만 멕시코의 전통과 멕시코인들의 미각을 존중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버리토와 할로피뇨를 첨가한 맛깔스런 샌드위치를 만들어 손님을 끌고 있다.
<낸시 크루즈가 멕시코시티에 있는 7-일레븐 가게에서 카푸치노 기계를 다시 채워 넣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생활 스타일 변화로, 밝고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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