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호를 탔던 여성 우주인 리자 노워크가 동료 우주비행사와의 연애가 삼각관계로 번지자 상대방 여성을 공항에서 납치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해군사관학교 출신 장교에 석사학위를 가진 엔지니어이며 세 아이를 둔 43세의 어머니다. 우주선을 타기 전 손을 흔들던 그녀의 밝은 얼굴과 경찰에 체포된 후 고개를 숙인 오늘의 범죄자스런 얼굴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람이 질투에 눈이 멀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는 상대방 여성을 만나 담판 짓기 위해 텍사스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올랜도 공항까지 1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니 그 초인적인 힘에 입이 벌어질 뿐이다. 더구나 중간에서 화장실 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특수 기저귀까지 착용했다고 한다.
질투는 상대방에 거절당했을 때 또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잃게 될까 봐 우려할 때 발생하는 감정상태다. 정열만 있고 이성이 없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눈의 판단력을 잃는다. 성경에도 질투가 재앙을 불러오는 악의 불씨라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카인이 왜 아벨을 죽였는가. 하느님이 아벨의 제물만 받고 자신의 것은 받지 않은데서 오는 거절당함이 분노로 바뀐 비극이다.
질투에서 나오는 정열은 마음의 상처가 클수록 활활 불처럼 타오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데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집착이다. 고민이 사라지면 정열 또한 빛이 바래게 된다. 질투를 심리적인 현미경으로 분석하면 결국 자기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래 전에 미국 교육계와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질투사건이 있었다. 뉴욕주의 명문 마데라 여고의 교장 진 해리스(56)가 질투에 눈이 멀어 다이어트의 최고 권위자인 타노워 박사를 권총으로 사살한 것이다. 그녀는 타노워 박사에게 젊은 애인이 생기자 “내가 못 가지는 것은 누구도 못 가진다”는 순간적인 분노의 포로가 된 셈이다. 이 사건은 당사자들의 나이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납득이 안 되는 스캔들이었기 때문에 심리학계에서 질투 연구에 관한 참고 자료로 쓰일 정도였다.
거절당한다는 것 - 그것은 여성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다. 연애하던 사람에게 배반당하자 갑자기 보란 듯이 다른 남성과 결혼식을 올리는 여성들이 꼭 영화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너무나 많이 목격되는 장면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 온 사람도 남이 관심 가지면 갑자기 상대방의 가치가 느껴지는 것이 질투심리의 ABC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텔로’처럼 남성이 질투에 눈머는 경우도 있으나 그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처증에 가까운 감정이며 질투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거절당한다는 감정보다 지배를 잃는 데서 오는 무력감 쪽에 가깝다.
질투는 열병이다. 내가 가진 것을 잃는 데서 오는 모욕감과 분노 때문에 후회할 일을 겁 없이 저지르는 미치광이 상태다. NASA의 우주인들이 벌인 이번 해프닝은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 주었으며 우주인들이 육체적인 훈련만 받을 일이 아니라 정신적인 훈련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 케이스다.
<이 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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