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남쪽 바다가 보고 싶다는 친구를 따라 여행길에 나섰다. 땅 끝 마을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해남에서 일박을 하고 남쪽 바다 섬 하나쯤 보자며 더 남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해남에서는 비슷한 거리에 진도라는 섬과 완도라는 섬이 있는 데 완도를 택한 것은 단순히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였다.
그리 작은 섬은 아니었으며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으로도 잘 사는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도착한 섬 맨 끝에 자리한 완도읍은 외딴 섬의 모습이 아니라 도시였다. 길을 따라 바닷가로 진입하는 곳에 작은 공원이 보였고 중심부에 동상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상은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동상이 최경주 선수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순간 최경주 선수가 어떤 섬 출신이라는 기억이 났다.
아 ! 완도 출신 이었구나 하는 순간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골프의 오지에서 세계적 골프 선수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은 자연스러웠다. 경이롭다는 표현이 과히 지나치지 않을 듯싶었다.
횟집에 들러 잠시 주위를 살피니 여기 저기 최경주 선수와 관련된 사진이 많이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식당은 최경주 선수의 큰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고 사진들은 최경주 선수가 몇 년 전 금의환향 했을 때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 식당에는 몇 명의 청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최경주 선수의 선배로 함께 골프채를 잡았으나 중도에 포기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다.
섬의 반대쪽으로 돌아오는 길목엔 영화 ‘장보고’의 촬영장이 있었다. 완도 섬이 해상 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 상 활동을 했다는 역사적인 섬이라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인이며 학자인 고산 윤선도가 완도의 보길도라는 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치를 떠나 은둔생활을 한 사적지도 있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얻은 것이 있다는 뿌듯함을 가졌다. 여행은 그래서 좋은 것인가 보다.
백향민/ 음성언어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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