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아이리시계의 여성 팀장이 우리와 같이 일하고 있는지도 벌서 20년은 훨씬 넘은 듯싶다. 작년 여름에 그녀는 3주간의 긴 휴가를 어디론가 다녀왔다. 돌아온 얼굴이 별로 타지 않은 것이 이상해 보였다. 며칠 후 잘 드나들지 않던 내 방에 들어오면서 “너의 나라는 여기서 듣던 것보다 참 좋더라”고 하면서 씨~익 웃는데 놀랐다.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지만 오랫동안 수속해 오고 기다리다가 기어코 한국에 가서 예쁜 딸을 양녀로 데려왔다면서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왠지 내 얼굴이 굳으면서 씁쓸해졌다.
전 세계에서 고아 수출국으로 으뜸갔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6.25전쟁이 있었으니 그 때는 그런대로 핑계라도 있었지만 50여년이 지난 오늘 이제는 무슨 핑계를 늘어놔야 하겠는가. 회사 사람들은 그녀가 한국에서 예쁜 딸을 데려왔다고 경사라도 난 듯 수다들을 떨면서 축하해 준다. 그럴수록 나는 자꾸 쥐구멍을 찾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미국 일간지에 한국여성들의 매춘 현장이 일망타진된 사건이 탑 기사로 났다.
한국은 바야흐로 세계에서 11번째 경제 강국이라고 자부한다. 강국이란 돈만 많다고 강국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개의 발에 편자를 붙이는 꼴불견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
호기선 /하버그룹 수석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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