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이라고 고집하던 한국인의 인식이 많이 바뀌기는 했어도 아직도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나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을 보는 시선이 사뭇 다르다. 혼혈 아동을 보는 한국 아동의 시각도 차별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한국의 혼혈 아동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놀림을 당한다.
한국사회는 좀처럼 혼혈 아동을 한국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성공한 혼혈인에게 쏟는 관심은 유별나다.
얼마 전 혼혈인 모델 우르슐라 메이스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혼혈인인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가 방한했을 때만큼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이들도 대단한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우르슐라의 어머니 이미희씨는 버지니아에 살며 한미여성회에서 자주 만나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우르슐라는 소속사의 꽉 짜인 스케줄에 얽매여 자유 시간도 별로 없는 정도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다녀왔다.
우르슐라의 어머니는 바쁜 일정을 쪼개 대안학교인 다문화 국제학교에 정성스럽게 마련한 후원금을 전달하고 왔다. 혼혈 아동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십시일반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다문화 국제학교 건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다문화 국제학교는 포천에 지부를 마련하고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무작정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해서 누가 나서주진 않을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 이중문화권에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5%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혼혈 아동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앞으로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가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자라게 하려면 한글과 한국문화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나는 지난달 한국 방문 중 시민단체가 혼혈 아동 교육을 위해 국제학교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계자들을 만났다. 대안학교 설립 추진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인스 방한 때 반짝했던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관심은 이제 사라지고 혼혈인들은 달라진 것 하나도 없는 한국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혼선을 거듭하는 한국 정치판을 보면 누가 나서서 혼혈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줄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큰 가슴으로 혼혈인을 안아줄 사람은 어디 있는가. 혼혈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한국인으로 똑같이 대우 받고 살도록 하려면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누가 나서서 이런 걱정거리를 해결할 것인가. 고국 동포들이 지혜로운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www.kawausa.org
<실비아 패튼> 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