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음력 설날을 전후하여 한국의 손위어른들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친들의 거의가 신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다가 중병에도 돌보는 자식들이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시골에 사시는 여든 아홉이신 고모님은 노환으로 자리에 누우신지 오래고 두 살 아래인 고모부가 조석을 끓이고 있었다. 대구에 사는 아들도 할아버지가 되어 어린 손자손녀들을 돌보느라고 주말에만 반찬을 해 갖고 와서는 집안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간다.
요즘 한국 노인들은 예기치 못한 시대의 흐름을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당하는 과도기적 가족문화에 황당해하고 있다. 일제하에서 인종의 세월을 보내고 해방 후는 좌우갈등을 겪고 동족간의 전쟁에 참전하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개발의 역군이 된다. 이같은 변화에도 3대가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교문화의 가치관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효와 우애에 바탕한 가족의 정체성은 빈곤에도 보석처럼 빛난다.
그러나 자식과 손자 세대와는 풍요로운 시대를 더불어 살면서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성장의 열매를 포식하고 자란 그들은 행복도 자기본위이고 남을 배려않는다. 부모의 권위도 능력으로 평가하고 명절에만 효도를 한다. 핵가족시대에 꼭 들어맞는 아파트 주거문화는 노부모가 들어앉을 공간이 없다. 풍요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윤리의식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남진식/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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