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변호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쑥스러운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한평생 살면서 법원에 출두해야 될 일 없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원고나 피고가 되는 것조차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가 콱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형사 피의자로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의 스트레스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재판이 피고의 선택에 따라 판사 단독심이거나 배심원 재판이거나 간에 아무도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그 기다림의 초조한 심정은 당해본 사람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를 보자. 리비가 누구인가. 예일 대학을 1972년에 졸업했고 역시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법대를 3년 후에 마쳤다. 1981년에는 국무성 정책기획요원이 되었고 1985년까지 국무부 근무를 한 다음 5년 동안은 로펌의 파트너를 지냈다.
1990년부터 93년까지는 국방부에서 정책담당 부차관보까지 하다가 연방 하원의 안보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법률고문 노릇을 했다. 로펌에 또 잠깐 몸담았다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부통령 비서실장 겸 안보 고문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말하자면 법조계와 관계의 엘리트 중 엘리트다.
왜 그런 사람이 최근 워싱턴 소재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고 판사로부터 최장 25년, 최하 1년반 사이의 형기를 선고받을 처지가 되었는가. 한 시간에 700달러짜리 수석 변호사를 포함한 몇 사람의 변호사의 노력은 어찌 되었는가. 한 달 이상 걸린 재판에 배심원이 열흘 동안 갑론을박하다가 내린 결론은 리비가 대배심원 심리에서 위증을 했고, FBI 조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했으며 사법집행과정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조셉 윌슨이라는 전직 대사가 2003년 7월 어느 신문에 기고하면서 발단이 된다. 그는 자기가 체니 부통령의 지시로 니제르라는 나라에 가서 이라크가 그 나라로부터 우라늄을 사려고 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다는 보고서를 쓰게 되었고 그 보고서가 최고위층에 열람되었다고 주장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조사결과 윌슨의 파견을 추천한 사람은 체니가 아니라 윌슨의 부인으로서 CIA 직원인 발레리 프레임이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 윌슨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다. 그 무렵 한 칼럼니스트의 글에 발레리 플레임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러자 윌슨은 자기 부인이 CIA 비밀요원이었으며 자기의 반전활동을 벌주기 위해 백악관 고위층에서 그 이름을 기자들에게 귀띔하는 역할을 했다고 폭로한다.
민주당에서 들고 일어나 결국은 시카고 지역 연방검사장인 패트릭 핏제럴드가 특별검사로 임명된다. 그러나 2년 동안 몇 백만 달러가 드는 조사를 하고도 특별검사는 윌슨 부인 플레임 여사의 이름을 기자들에게 제보한 혐의로 한사람도 기소하지 못했다. 사실인즉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에게 제보했던 사람은 백악관과 가끔 충돌하곤 했던 아미티지 전 국무차관이었지만 특별검사는 리비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거짓말했다는 다섯 가지 죄목으로 그만을 기소했고 재판 결과 그 중 네 가지 죄목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왜 리비가 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 서두 변호인의 서론에서 약속했던 바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도 그 중 하나로 꼽힐 것이다. 리비의 변호사는 재판 중 체니를 증인으로 부를 것이며 리비 자신도 증언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검사가 꼼꼼히 일을 잘 수행했지만 필요도 없는 기소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는 리비가 희생양이라는 견해를 배심원 중 하나가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보수 언론들은 부시가 리비를 사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의 교훈이 있다면 대배심원의 질문에 대답해야 될 처지가 되었거나 FBI의 수사를 받을 때 거짓말을 해서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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