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미국 대선은 역사적일 가능성이 높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이 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다. 민주당 후보로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지명되고 그가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게 되는 경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등장하게 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7, 8명이 뛰고 있지만 그 두 사람이 주로 매스 미디어의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역사성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헌법상 출마를 할 수 없고 체니 부통령은 스스로 안 나오겠다고 한 상황이라 내년 선거는 오래간만에 집권당의 유리한 고지가 없는 선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이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클린턴 의원은 2002년 이라크 전쟁 결의안에 찬표를 던진 역사가 있는데다가 그것에 대한 사과가 없어서 민주당 반전 세력의 비난을 받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당시에 상원의원도 아니었지만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기록이 있어 다수 국민의 반전 무드에 쉽게 편승할 수 있어 클린턴과 대조를 이룬다. 전에는 클린턴 부부를 열렬히 지지하던 할리웃의 스타들이 상당수 오바마를 선호하면서 선거기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는 사실은 그의 반전 기록이 그들의 태도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때는 흑인들 중에서도 오바마의 아버지가 아프리카인이었고 어머니는 백인이었기 때문에 “진짜” 미국 흑인이 아니니까 그보다는 민권신장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기록을 세운 클린턴을 지지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두 사람 중 누구를 찍어야할 것인지를 고민 중일 것이다. 오바마는 불과 45세로 경험이 클린턴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논리정연한 그의 연설 실력은 그가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의 기조연설자로 발탁돼 이미 민주당의 킹메이커들을 흥분시킨 바 있었다.
그리고 오바마의 메시지에는 백인 후보가 했다가는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내용도 담겨 있어 여러 칼럼니스트들의 호의 어린 논평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젊은 흑인 남성들의 문제다. 미국 전체 인구로 보아 얼마 안 되는 숫자인 젊은 흑인 남성들이 미국 살인사건의 25%에 연루되어 있고 또 살인 피해자들 중 15%나 된다. AIDS로 죽는 흑인 남자들이 백인 남자들보다 많으며 그들의 평균 수명은 6년이나 짧다.
빈곤퇴치, 교육, 건강 보험 보장 등 정부가 할 일이 많지만 개인의 책임과 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오바마는 역설한다. 가난 가운데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아버지답게 행동하지 않는 아버지가 너무 많다는 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또 아버지 노릇이 임신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오바마의 연설 내용은 (흑인들의) 개인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물론 전에도 전통적인 도덕과 가치관으로 돌아가야 할 중요성을 강조한 흑인 지도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클린턴 의원을 바짝 추격하는 위치에서, 즉 당선 가능성을 가진 흑인으로서는 그가 처음이기에 클린턴은 자꾸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미국 유권자들의 과반수이상이 여성인 것을 보면 클린턴은 유리한 입장이겠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전쟁을 함에 있어 여성도 남성에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클린턴 의원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이라크 전쟁 시작을 정당화한 의회 결의안에 자기가 던진 찬표에 대해서는 사과하기를 거절한다. 클린턴의 그 같은 곡예가 여론조사 결과에 꼭두각시처럼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비난 받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 유권자들 중 반 힐러리 정서가 있다는 사실도 클린턴이 대선주자가 되면 공화당이 기뻐할 것이라는 얘기를 낳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현하면 흑인문제들이 해결될까? 그렇게 단언할 수 없다는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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