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이라면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대에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상징적 인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지금도 그가 남긴 글들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필두로 한국 정신사에 있어서 찬연히 빛나는 명작들이다. 시퍼런 칼날을 품고 있는 그의 논설들을 통하여 특히 독재자들을 영웅화하는 일에 겁 없이 저항했던 인물이었다.
그 분이 돌아간 뒤에 그 분에 대한 추억이나 평가를 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좋은 일이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허지만 유감스러운 일 하나가 있다. 어떤 글들은 그 분이 마치 천사나 되는 듯이 좋은 점만 늘어놓았다.
‘함석헌 평전’이라는 책을 보아도 객관적 평가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평전이라면 그 분의 삶의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도 마땅히 지적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분의 삶에 추한 면도 있었던 것을 잘 알면서도 영웅화 작업에만 열심인 것은 오히려 그 분을 헐어버리는 행동일 뿐이다.
요즈음 미주 이민사회에서도 이승만 박사와 안창호 선생을 흠모하는 분들이 여러 가지 사업과 행사를 펼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 분들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큰 인물들인 것이 틀림없다.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 정부와 맞서 한국의 독립을 위하여 싸웠던 대표적 애국투사들임에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분들을 따르고 존경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영웅화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독립국가로 창설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배웠던 민주주의 정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것이 4.19 학생혁명을 불러 오게 된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 자신이 정권 연장에 혈안이 되지 않고 미국의 초대 워싱턴 대통령처럼 중임에 그쳤더라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훨씬 빨리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도 그렇다. 그가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독립국가 국민의 자격을 갖춘 백성을 육성하겠다는 희생과 몸부림, 그리고 5,000년 한국 역사상 첫 번으로 체계적인 사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불멸에 가까운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그의 삶과 사상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제 치하라는 한계 탓이겠지만 그의 민족주의는 타민족을 포함하는 세계를 포용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었다. 차라리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이 더 폭이 넓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에 대하여는 미화, 영웅화, 우상화, 심지어 신격화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장례식에 가 보면 이 세상에 악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다 천사처럼 선량한 사람들뿐이라는 착각이 든다. 물론 고인에 대하여 덕담만 하는 것이 장례식 정서이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에 있어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장점과 약점을 함께 제시해야 실체도 파악되고 전모를 보게도 된다. 만약 한 점의 흠도 없는 인물인 것처럼 말한다면 김일성이나 김정일 같은 영웅화 아니 신격화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정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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