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모닝 쿼터백이 본 박찬호의 선택
이 칼럼 타이틀은 ‘먼데이모닝 쿼터백’이다. 풋볼(프로풋볼)경기는 대개 일요일에 벌어지므로 월요일 아침엔 자연스럽게 전날 있었던 풋볼경기가 화제가 되는데 이 때 반드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 등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 지나가고 나면 누구의 눈에도 명백한 사실들을 놓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바로 ‘월요일 아침 쿼터백들’이다.
박찬호가 끝내 메츠의 선발로테이션 자리를 얻지 못하고 트리플A팀 뉴올리언스로 내려갔다. 바로 지난해까지 연봉 1,500만달러를 받았던 선수가 지난해 연봉의 4%에 불과한 개런티 60만달러의 약소한(?) 계약을 하고도 빅 리그 팀에 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이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박찬호가 마이너행 오퍼를 수용했다는 것. 마이너행을 거부하고 웨이버를 거쳐 다른 팀에 가거나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권리를 포기하고 ‘얌전히’ 마이너행을 받아들였으니 베테랑 선발투수를 마이너에 두고 만약을 대비해 보험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메츠는 횡재했다. 만약 그가 메츠 대신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했더라면 아마도 넘버 2 선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면 5선발, 또는 클로저로 시즌을 맞았을 수 있었다. 메츠를 택한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또 마이너행 오퍼를 수용한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이었는지 ‘먼데이모닝 쿼터백’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직전 급하게 계약을 했다. 긴 오프시즌동안 팀을 찾지 못하다가 시간에 쫓기며 계약을 한 문제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되는 바람에 에이전트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고 헐값 연봉을 감수하면서 메츠와 계약했다. 메츠는 선발투수가 필요하고 뉴욕이 많은 한인팬들이 있는 곳이며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도 넘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이라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결정이었다. 또 연봉이 헐값이라고 하지만 박찬호는 돈 몇 푼이 더 필요한 선수가 아니다. 보란 듯 재기해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더불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할 기회를 얻는다면 돈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박찬호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그에게 그 기회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선발투수가 없다는 메츠였지만 박찬호의 자리도 없었다. 물론 트리플A에서 기다리다보면 기회는 올 것이지만 잠깐 왔다가 지나가는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츠는 박찬호 외에도 대안이 많은 팀이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에이스 페드로 마티네스가 시즌 중 복귀 가능성이 있고 필립 험버라는 유망주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또 인내심도 없다. 박찬호로 안되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트레이드 마켓에 나가 필요한 선수를 사올 것이다.
10여년 이상을 메이저리그에서 뛴 그가 갑자기 마이너에서 의욕을 가지고 재기를 노리는 것도 각오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잠깐 재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약없이 마이너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들과도 장시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길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래저래 먼데이모닝 쿼터백 입장에선 불만도, 할 말도 많다.
하지만 이제 와서 가지 않은 길을 돌이켜보며 아쉬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제 박찬호가 할 일은 언젠가 찾아올 한 번의 기회,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꽉 붙잡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오는 순간을 대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자세로 칼을 갈아야 한다. 그 기회를 살려낸다면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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