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삶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한 개인이 경제적인 풍요와, 내키는 때에 언제든 넓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며, 시간적으로 원하는 여가를 누릴 수 있을 만큼 한가하며, 심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라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삶을 꿈꾸기에 한국 사람들이 미국이나 뉴질랜드 같은 곳으로의 이민을 원하는 것인지 모른다.
여유로움은 안정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된 삶이 되기 위해서는 삶에 큰 변화 없이 항상 예측 가능한 상태로 생활이 영위되어야 하며 가끔 단조롭다 싶으면 여행이나 여가 활동을 통해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고단하고 지친 삶 속에서 이러한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발전에는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좇기 위하여 발버둥 치기 시작하면 어느덧 꿈꾸던 여유로움은 한 발짝씩 멀어진다.
항상 하는 일 가운데 바쁘다는 것은 단지 양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일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고 그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변화는 여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인가 아니면 나를 발전토록 하는 촉매제인가.
최근 수 년 만에 가 본 한국의 변화는 그 속도가 적어도 미국의 5배는 되는 듯 싶었다. 하드웨어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국가의 정책이나, 경제구조의 변화, 국민의식의 흐름, 그리고 기술의 발전 속도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오는 변화는 그 꿈틀거림이 굉장히 역동적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발전의 기준을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 초점을 맞췄고 이에 맞춰 변화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 결과 기술 분야에서는 첨단을 달리게 됐다. 아직 사회적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한 점이 있지만 진짜 소프트웨어인 정보기술면에 있어서만큼은 이제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변화를 멀리에서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미국은 거대하기 때문에 느리다. 근대사를 이끌어 온 미국도 어느덧 200세를을 훌쩍 넘어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패권자로서의 지위를 고착시키는데 힘을 쏟는 감이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미국민들 역시 한국민들에 비해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많은 한인들이 한국에서의 빡빡한 삶을 거부하고 이곳에 온 이유는 이런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는 제조업에서부터 정보기술, 생명기술까지 바짝 뒤를 쫓는 추격군을 뒤돌아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너무 여유부리다 보면 추격당하게 된다.
미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항상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 또한 배가해야 하리라고 본다. 한인들은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 공간에 몸과 마음을 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놀라운 변화의 속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자칫 변화의 속도를 무시하다가는 한국의 발전과 변화에 잔뜩 이질감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여유로움과 바쁜 삶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변화에 마음을 열어 놓는 자세는 중요하다. 그런 자세는 이곳 미국사회에서 한인들이 앞서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인 젊은이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유정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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