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집에서는 도박의 “ㄷ”자 소리만 나는 것이면 그 어떤 노름도 금지였다. 아버지 생각에 노름이 도박의 시작이었다. 카드놀이도 확실한 금기였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순수한 애들 게임을 참 좋아했다.
가끔 점심 때 뭉환 오빠는 우릴 아빠 차 Model T에 태우고 고무나무 그늘 밑으로 가서 아버지 눈을 피해 카드놀이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린 동생 영흥이와 해리는 고무나무 긁힌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유액을 애써 모았다. 그 “딴 짓”이 나중에 라우할라 바구니 짜기 사업으로 진전된 것이다.
라우할라 사업이 성공해서 우리 가족은 토요일 저녁이면 힐로시내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 저녁은 영화를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아버지랑 영화를 보고 어머니는 한인친구들 집에 찾아가 노시는 걸 더 좋아하셨다. 영화를 보는 곳은 마모(Mamo)극장이었다. 2류 극장이라 25전짜리 표 하나면 영화 두 편을 구경했다.
그 중의 하나는 언제나 서부활극이었다. 주연은 진 오트리(Gene Autry), 로이 로저스(Roy Rogers) 같은 카우보이들,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희극배우 개비 헤이즈(Gabby Hayes)였다.
영화가 끝나면 귀가시간이 늦어져서 졸렸다. 우리는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갔다. 제 1착은 언제나 극장 갈 때 속에다 파자마를 미리 입고 가는 영흥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지키신 공휴일은 7월 4일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 전야, 그리고 신년, 이렇게 셋이었다. 독립 절에는 이웃 가족들과 함께 오네카하카하카(Onekahakahaka)해변으로 나가서 큰 잔치를 벌이고 놀았다.
크리스마스 전야는 교회에 가서 싸구려 딱딱한 사탕봉지를 받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박하사탕을 좋아하시고, 우리는 딱딱한 캔디들 중에 흔치는 않아도 어쩌다 초콜릿이 들어있는 것을 골라 먹었다. 교회에 갔다가오는 길에 제일 신나는 것은 밝고 빛나게 켜놓은 크리스마스 추리들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크리스마스 추리를 들여놓은 적이 없었는데, 언젠가 복성이가 학교 클라스룸에 세워놓았던 추리를 하나 가져온 게 처음이었다.
성탄절 방학 전날 선생님이 곧 버리게 될 추리를 가져가고픈 사람이 있느냐니까 복성이가 번쩍 손을 든 것이다. 복성이는 혼자 그걸 끌며 1.5마일이나 되는 길을 걸어왔다. 비록 꽃불은 켜달지 못했어도, 그 추리는 성탄기분을 내주는 아름다운 장식이 되었다. 복성이 덕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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