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이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강렬한 마음을 뜻하고, 열정이란 열심을 가진 뜨거운 사랑의 감정 또는 어떤 일에 정신과 마음을 기울여 열중함을 뜻한다. 즉 열정과 정열의 뜻은 그리 다르지가 않지만 형용사적으로 사용해 보면 어감이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열적인 사람’과 ‘열정적인 사람’을 생각해 보자. 전자가 어떤 강렬함에 넘치는, 성격상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후자는 뭔가를 추구하고 이루려고 하는데 힘을 쏟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후자가 더 동적인 느낌이다.
정열이든 열정이든 그것은 뜨거움이요, 곧 사랑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떠한 것 하나에라도 뜨거움이 없다면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 중에는 물론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일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를 꼬집어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듯도 싶다. 하지만 그래도 묻는다. 나는 무엇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가는가. 자식으로서, 어떤 이의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지금 내가 처한 위치가 아닌 ‘나’를 만들고 있는 뜨거움은 무엇인가. 나에겐 음악이다. 어려서부터 특별히 즐기고 좋아하고 그 안에 있으면 행복했던 것, 음악. 음악을 생각할 때마다 뭔가 뜨거운 것이 늘 내재되어 있음을 느낀다.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를 앞두고 공부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내겐 내가 사랑하는 음악의 길을 간다는 희망이 있어서 견딜 수가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변주곡은 내가 처음으로 오랜 기간을 흠뻑 빠져서 살았던 큰 존재였다. 사람을 사랑해도 그만큼 사랑했을까 싶을 만큼. 내가 깊이 빠졌던 부분은 그 가슴 떨리게 오묘한 불협화음이었다.
사람은 그런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로 자신 속에 뜨거움을 남기고 담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을 토기장이가 빚은 그릇으로 비유한다면 나는 뜨거운 걸 담는 그릇이 되었으면 한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들, 나를 감동하게 만드는 것들, 그리고 나를 계속해서 달리게 만드는 것들을 담는 그릇 말이다.
안혜승 /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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