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다니며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 온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70년대 서독에 수출 상담하러 다닐 때는 차범근의 덕을 톡톡히 봤지.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나 함브르크 하역 야드의 세관 지역을 통과할때 ‘사우스 코리아’하면 서독 관리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차붐’ 하는 거야. 그러면서 서류를 살펴 보지도 않고 도장을 꽝꽝 찍어 주는거야.”
친구는 당시 차범근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처럼 민간인 한명의 이미지는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
어제 CNBC의 긴급 뉴스를 보며 속으로 좀 얌체 같은 기도를 했다. “범인은 제발 다른 아시안 나라 출신이기를….” 조금 후 범인이 중국 유학생이라는 속보에 약간은 안심이 되면서 죽은 학생들 부모 슬픔은 얼마나 클까 하며 무거운 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17일 증시 개장 전 뉴스들은 범인의 신상을 보도하고 있었다. 기가 막혀 멍해 있는데 CNBC의 앵커 리사 리(아마 그녀도 한국인인듯 싶다)가 조승희에 대한 신상 보도를 읽는다.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과 그 부모친지들에게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어떤 조치도 그들의 슬픔을 치유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 우발적인 범행일 가능성은 없다. 나는 범인에 대해 동정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그가 이런 참극을 계획하고 있을 때 그의 독한 감정을 풀어 주고 보듬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이제부터 한국 유학생과 한인 학생들이 당할 부담과 어려움이 마음을 짓눌러 온다. 어떻게 이번 사태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문제다. 필자는 10학년과 8학년짜리 사내 아이들이 있는데 다른 민족 다른 인종 아이들이 무심코 흘리는 짓궂은 농담이나 인종적 언급을 어떻게 마찰없이 비켜 나갈 것인가 걱정이다.
또 이번 참사로 생기게 될지 모를 미국인들의 선입견을 어떻게 회석 시킬 것이며 내년도 대학 입학 사정시 영향이 없을까. 그리고 연방의회 위안부 표결 문제와 FTA 의회 인준 문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지 않을까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문다.
앞으로 이번 참사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의 주시하면서 자녀들과 친구들 사이에, 그리고 양쪽 국민 사이에 감정이 얽히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하겠다.
이번 참사로 일부 미국인들이 한인사회에 대해 갖게 될 부정적 이미지는 결국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불식시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준 충격을 희석시킬 훌륭한 한인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기한성 / E-Tech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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