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참사사건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나의 전 직업이 NBC와 FOX-TV의 현장 취재 프로듀서 또 PBS에서는 특파원이었고 지금은 대학원생들을 카운슬링하고 있기에 미 방송들이 사건을 어떻게 취재하고 학교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여러 방송 보도를 보면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총격범이 한국 출신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각되는 것이었다. 이런 보도 태도를 바로 잡고 싶어 CNN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번번이 메시지를 남기라는 보이스 메일로 연결되었다.
또 유명 앵커 쇼의 자막에 유난히 ‘S. Korean’이라는 말이 부각되기에 그 프로그램에 전화를 수십번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통화 중이었다. 할 수 없이 다음날 아침 동부쪽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10분을 기다린 후에야 시청자 의견을 받아 적는 사람과 연결이 되었다.
“보도 중 ‘S. Korean’이 너무 부각되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대책, 긴급 상황 발생 시 캠퍼스의 안전 대책, 총기소지… 등이 아닌가. 만약 범죄자의 민족적 태생이 그렇게 뉴스의 초점이라면 이제부터는 공평하게 모든 범죄자들에 대해 1/2 프랑스인, 1/2 독일인 식으로 일일이 밝혀야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90년 초 미국 방송국의 인턴으로 뽑히려고 이력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학 1학년 때부터 많은 학교활동으로 미리 준비하던 일, 아시안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방송국에서 인턴십이 끝나고 취재 프로듀서 자리에 합격하려고 하루에 두 끼를 굶으면서 엄마와 40일 금식기도하며 일에 몰두하던 일은 모두 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보며 미국의 방송국이 그때보다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한인 1.5세, 2세들이 미국 방송국에 많이 진출했으니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터들, 프로듀서들이 ‘S. Korean’이 너무 부각되는 사실에 부당하다는 의견을 뉴스 디렉터에게 전했으려니 하는 기대뿐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던 당시 한 번은 내게 한국인들의 미국 원정출산에 대한 보도지시가 떨어졌다.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줄 그 보도를 안 하려고 나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가 결국 그 스토리를 취재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주류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우리 1.5세, 2세들이 한인쪽 의견만 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인에 대해 부당하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는 점들은 지적하고 고치자고 제의하는 의지와 용기가 다 있기를 바란다. 한인에 대한 그 정도의 자부심은 이민 1세 부모들께서 심어주었다고 믿는다.
또 이번 사건이 우리 모든 한인의 잘못인 냥 괜히 저자세일 필요는 없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는 하되 한국식으로 죄책감을 갖지는 말아야 하겠다. 타민족들과의 대화에선 절대 “I’m sorry” 가 슬기로운 답이 아니다. “It’s sad” 라고 말하면서 사건의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는 정도가 좋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성공한다 해도 생김새로 금방 알 수 있는 우리의 뿌리 ‘S. Korea’가 언론을 통해 부정적으로 전해지면 개개인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의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미국 사람들에게 남아서는 안 되겠다. 우리 커뮤니티의 향상된 이미지는 우리 모두의 개인 생활에서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니 오 UCLA 대학원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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