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내가 누구인가’하는 문제는 존립에 관한 중대한 이슈다. 이것은 나무에 있어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뿌리가 부실하면 나무가 성장하는데 장애가 온다. 잘 자랄 수 없을뿐더러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기 쉽다.
식물학자나 정원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무줄기의 반경은 나무뿌리의 반경과 일치한다고 한다. 가지가 넓게 퍼지려면 뿌리도 그만큼 넓은 땅속으로 잔뿌리를 펼쳐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그루 나무의 외양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뿌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같은 나무의 뿌리가 사람에 있어서는 ‘Identity’ 즉 정체성에 해당한다. 이 자아정체성이 뚜렷할수록 자신의 존재의식이 확실해진다. 존재의미가 확실해질수록 인간은 안정이 되고 삶에 활력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최근 버지니아텍 캠퍼스에서 참사를 일으킨 조승희군은 어쩌면 ‘자아정체성’ 장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인간의 자아형성과정도 나무뿌리의 형성 과정과 동일하다. 순간순간의 자디잔 실뿌리가 돋아나 자라서 굵어지듯, 인간도 태어난 순간부터 자아의 실뿌리들이 돋아난다. 자라면서 엄마 아빠의 눈길 속에 실뿌리가 굵어가며 동네아이들 그리고 학교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우정과 인간관계의 자아가 형성되어 간다.
소외감은 자칫 분노와 적대감으로 전이되기 쉽다. 3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버지니아텍 참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친척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일요일이면 가족과 더불어 교회에 다니는 일은 알고 보면 ‘자아정체성’ 형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정든 친척, 고향과 친구들을 등지고 미국 땅에 둥지를 틀고 사는 우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김재동/한미 인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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