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를 쓴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다.
그러나 운전을 하며 오가는 거리에서, 와이프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동네어귀에서, 나는 아름다운 4월을 만나곤 한다. 푸른 옷을 갈아입은 자연을 마주할 때마다, 어느새 눈은 즐거워지고, 계절의 변화에 신의 섭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황무지’의 몇몇 구절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의 4월은 며칠 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버지니아 텍의 총격 사건 때문에 원하지 않는 ‘가장 잔인한 달’이 되어 버렸다. 특히 무고한 희생자의 유가족들과 우리 한인들에게는.
그외에도 4월 이즈음을 잔인한 달로 기억하게 되는 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4월은 대학이나 대학원 입시생을 둔 가정마다 희비가 교차되는, 합격자 발표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우리 고국에서 대입시험을 보러 들어간 자녀들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교문 앞에 엿이 붙여진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사는곳은 달라도 부모님의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우편함을 열어 꺼낸 봉투가 얇은 편지봉투일 경우 그 위에 씌여져 있는 학교 이름은 대부분 야속한 학교로 여겨지게 된다. 반면 큰 봉투나 조금 두꺼운 편지봉투를 받은 이들은 결과를 확인하고 승리의 함성을 외치게 된다.
몇몇 학교들은 이메일로 합격여부나 안내문을 보내기도 한다. 하루에도 열댓번씩 떨리는 손을 컴퓨터 마우스에 갖다대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학생들... 그러다 합격소식을 확인하게 되면 그날 전화통엔 불이난다.
한인들 사이에서 음대하면 역시 ‘줄리어드(Juilliard)’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을 빛낸 세계적 음악가인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장영주, 강동석, 신영옥, 서혜경 등이 이 학교 출신이기에 줄리어드는 우리에게 명문 음대의 대명사가 되었다. 서부에서 음대로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남가주 대학(USC) 음대도 오죽하면 ‘서부의 줄리어드’로 바뀌어 불릴까. 위의 두 학교들은 미국에 있는 음대중 두 축을 이루는 음학대학의 좋은 예이다. 음대는 크게 전문적인 음대(Conservatory)와 종합대학(University) 부속 음대로 나누어진다. 실기 오디션 과정은 두 학교가 비슷하지만, 학교에 들어가고 난 이후에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때문에 지원 전에 신중한 고민과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있는 캘리포니아에는 전문적 음대가 많이 없는 편이다. 그중 북가주의 샌프란시스코 음대(San Francisco Conservatory)와 요즈음 ‘서부의 커티스’로 불리며 급성장 하고있는 콜번 음대(Colburn Conservatory)는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특히, 콜번은 한인 타운하고도 가까운 L.A. 다운타운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컨서버토리로, 합격자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과 모든 생활비, 그리고 연습실까지 제공하는 작지만 매우 훌륭한 학교라 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교수진들과 멋진 연주회장(Zipper Hall)이 있으며, 현재 큰 규모의 본교 건물과 파킹 랏도 짓고있는 중이다. 이처럼 대우가 좋고 교수진이 훌륭하기 때문에 콜번을 들어가기란 매우 힘든것이 사실이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좋은 결과를 얻은 입시생들과 이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수고한 부모님들, 그리고 정성과 실력으로 열심히 가르친 모든 선생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아쉽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음학도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내년에는 더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해본다.
앤드류 박 베대스다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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