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1483~1546 독일)는 법학자요, 신부요, 종교개혁자이다. 가톨릭에 대한 95개 항의문을 비렌비르크 성당 정문 앞에 내다 붙임으로써 그의 종교개혁의 막이 오른다. 1520년 교황으로부터 내려진 파문장을 대중 앞에서 불살라 버리고 ‘만인사제임을 천하에 선언하면서 불굴의 개혁 의지를 불태운다.
드디어 루터는 독일 시인으로서의 권리도 박탈당하고 국법의 보호권 밖으로 추방당하고 만다. 모든 기득권을 다 때려 치우고 나선 루터가 오늘에 살아 있다면 그의 시각에 비쳐진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어떤 양상으로 어떠할까. 기독교 신자인 나는 궁금해 죽겠다.
며칠 전, 밥시도 술시도 아닌 그런 시각에 찾은 식당은 한산했다. 건너 자리에 앉은 유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세 명이 토론에 열중하고 있다. 들리는 내용으로 보아 장래 진로부터 심각한 인생 문제로까지 토론은 비약하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며 나는 열심히 학생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한참이던 토론이 일순에 뚝 그치고 무거운 적막 속에 빠져든다. 침묵이 흐르더니 한 학생이 “다 때려 치우고 목사나 될까”라고 땅이 꺼질듯한 소리로 말한다. 머리를 떨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착찹했다.
성직은 말 그대로 신성한 직업이다. 그런 점에서 신으로부터 선택된 직업이라고도 한다. 속세의 고통을 떨쳐버리고 가는 길이 아니라 속세의 고통을 한몸에 짊어지고 가는 길이다. 성직자는 나를 믿고 따르라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그 분(예수, 부처)을 믿고 따르라는 안내자이다. 때문에 존경의 대상자이다. 존경은 높은 인격에서 우러나온다. 때문에 성직은 그저 “다 때려 치우고” 가는 길이 될 수 없다.
백춘기/골동품 복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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