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의 별미음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승기악탕
중국에서는 최고로 맛있다는 형용사로 오나라 임금 부차(夫差)를 현혹시킨 서시(西施)의 이름을 붙여 표현한다.
복어의 불룩한 기름진 아랫배를 서시의 유두(乳頭)같다하여 서시유(西施乳), 천하에 비교 할 수 없으리만큼 맛있다는 소주(蘇州)의 연뿌리(蓮根)를 서시의 팔과 같다하여 서시비(西施臂), 사합(沙蛤)이라 불리는 조개를 서시의 혀와 같다하여 서시설(西施舌)이라 하였다. 요리를 맛보기도 전에 음식 이름만 듣고도 식욕을 돋게 하는 이름이다. 최근에 음식명을 다 기억하기조차 힘들만큼 퓨전음식이다 뭐다해서 요리가 다양하지만 개성 보(褓)김치를 보쌈김치라고 스스로 격을 낮춰 천박하게 부르면서 백김치 한 잎에 갖은 고명을 싸 그 모습이 마치 잘 익은 석류알 같은 품위 있는 형태가 접시에 배추김치, 돼지수육, 양념을 홍어 삼합처럼 담아 놓은 모습이 이름만큼이나 볼 폼이 없다.
지금은 흔히 대하기 힘든 서울의 도미국수라는 음식이 있다. 도미위에다 야채나 황백지단을 삼색 또는 오색을 맞춰 올리고 쇠고기 단자를 놓고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국수를 사려 올리는 음식이다. 맛도 좋지만 그 아름다움이야 구절판과 함께 주안상의 꽃이라 하겠다. 이 도미국수와 비슷한 방법으로 담아 낸 승가기탕(勝佳妓湯) 또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 있다.
이 음식은 도미뿐만 아니라 숭어나 잉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도미국수라는 이름보다 기생과 함께 즐기는 풍류보다 더 맛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니 오(吳)나라 당대의 절세미인 서시(西施)를 비유한 음식이나 다를 바 없이 최고의 맛을 표현한 요리명이 아닌가 한다.
1925년 최 영년이 쓴 [해동죽지(海東竹枝)]에 보면 승개기(勝佳妓)는 해주부 내의 전통적인 명물로서 마치 서울의 도미국수와 같고 맛이 뛰여 나므로 (勝佳妓)라는 이름을 얻었다.라고 기록 되어 있다. 물론 순조(純祖) 때 선비 이 학규(李 學逵)라는 이가 신유년(辛酉年)의 천주교 박해 때 경상도 김해에서 귀양살이를 하며 김해의 풍토잡사(風土雜事)를 쓴 [금관죽지사(金官竹枝詞)를 보면 승개기라는 고기국은 일본으로 부터 전래 된 것이었는데, 신선로처럼 고기를 쪄 먹는다.라고 기록하였으며, 최 남선(崔南善)은 [조선상식(朝鮮常識)] 풍속편에 승개기의 뿌리를 일본의 스키야키로 들고 있으며, 정조(正組) 때 학자 유득공(柳得恭)이 쓴 [경도잡지(京都雜志)]를 들어 스키야키는 조선의 벙거지골(氈笠套)이 일본으로 건너 가 스키야키가 되고 이 스키야키가 일본과 가까운 김해로 승개기라는 이름으로 전해 진 것이라 생각 할 수 있다라고 쓰여져 있다.
그런데 우선 김해의 승개기는 쇠고기가 주재료이고, 해주부의 승가기는 도미 즉 생선이 주 재료이다. 홍선표(洪善杓)의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 보면 성종(成宗) 시 명(明)나라로부터 함경도 1경(一境)을 변방 오랑캐들이 때때로 침입하여 못살게 구는 고로 각처의 백성들은 물론 정부에서도 늘 근심으로 지내 내려오다가 여러 가지로 생각 한 바 허종(許琮)이라는 이로 하여 금 의주영문(義州營門)을 설립하고 군사를 두어 허종에게 통솔케 하였는데, 처음으로 허종이 군사를 거느리고 의주에 이르렀으니 그곳 백성들은 여러 해를 두고 오랑캐의 침입에 시달렸는바 자기네들을 구하여 줄 허종을 환영하는 뜻으로 여러 사람들이 의논하여 특별한 음식을 만들기로 하여 도미에 가진 고명을 다해 맛있도록 하여 바쳤는데, 허종은 한양에 자랐지만 이러한 음식은 처음인지라 이름을 물었으나 이 음식은 허종을 위해 처음 만들었는지라 이름이 없으므로 허종은 본래 음악과 미녀를 좋아한 터이라 이 도미 맛이란 과연 풍류와 계집보다 낫다는 의미(意味)로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 하라고 하여 지금도 이 음식이 해주의 별미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해주의 승가기 탕이든 서울의 도미국수이든 이 음식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 가는 음식이 되고 있다. 물론 가끔 요리연구가들의 작품 속 사진에 도미국수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집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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