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며칠을 다녀오는 여행을 떠날 때도 준비할 것이 적지 않다. 하물며 이제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어찌 준비할 것이 한 두 개이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돈하여서 깨끗하게 살고 간 모습을 남겨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미리 미리 준비함이 현명할 것이다.
나는 오래 전에 ‘허가서’라는 것을 써서 영문으로도 번역해 공증을 거쳐 딸에게 맡겨 놓았다. 내 생애 마지막 순간 치료가 아닌 생명연장만을 위한 모든 의료기구는 거부하며 사후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내용이다.
무슨 큰 깨달음이 있어서 작성했던 것은 아니다.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랜 세월 병상에서 계신 것을 보고 준비한 것이다.
지난해에 30파운드 넘게 감량됐다. 맞는 옷이 없어 입던 양복 중 한 벌을 줄여놓고 나머지 옷들은 이웃에게 다 나눠주었다. 이제는 옷장 문을 열면 그 양복과 넥타이 몇 개, 그리고 반바지와 티셔츠 몇이 다다.
얼마 전에는 손자손녀들 사진을 앨범에 정리해서 보냈고 딸 아이들이 탔던 상장들도 앨범에 넣어서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최근에는 영정사진을 만들어서 액자에 넣어 기회가 있을 때 딸에게 주려고 두었다.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영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나 생각하면 막막할 따름이다. 그래도 사는 날까지는 매달리고 갈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정도의 결론을 가지고 있다.
이 아침에도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만남이 좋은 일이었고 귀한 일이었다는 결실을 맺고 떠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최정조 / 엘 센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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