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어디가 살기 좋으냐고.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하고, 가정이 따뜻한 사람은 비 내리는 시애틀이든, 나무 우거진 산동네든, 어디서 살든 좋지만 혼자 사는 여자는 다운타운 콘도가 살기 좋다는 것이다. 어디가 살기 좋으십니까 라는 질문의 답이 그렇게 사적인 문제까지 걸린 민감한 질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진정 살고 싶은 곳을 고르는 문제만큼은 개개인의 지나온 삶의 역사, 그리고 가까이 지내는 주변 사람들의 부류, 개인적인 성격 등 정말 많은 사적 요인들의 종합적인 결론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에 2주 다녀왔다. 또 다들 묻는다. 한국과 미국 중 어디서 사는 게 더 좋으냐고. 나는 망설이다가 LA에 사는 게 더 좋다고 답했다. 이번 서울 나들이는 해외투자 박람회에서 미국에 집을 사고 싶어 하는 분들을 상담하는 행사를 위한 것이었다. 집을 찾아달라는 손님들이 많이 오셨고 다들 궁금해서 묻는다.
“미국에 가서 살고 싶은데 어디가 살기 좋습니까?” 바닷가, 산동네, 좋은 학군, 한국마켓, 좋은 교통… 정말 많은 조건들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개인적인 역사와 취향과 어울리는 분들의 성향까지 고려한다.
재미있는 것은 집을 고를 때는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돌아볼 때에는 누구나 쉽게 그리움에 잠긴다는 것이다. 연탄수레가 드나들며 껌정이를 떨구고 다니던 그 옛날 휘어져 돌아간 돌담길, 초라한 일본 적산가옥은 내 기억 속에서는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 멍멍이 짖던 소리로 가득하고, 나는 그 시절 참 행복했었다.
그 곳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뷰도 없었고, 바다나 강도 없었고, 이웃이란 맹아학교에 다니는 맹인가족들이었지만 그 시절 나에겐 좋은 부모님이 늘 곁에 계셨고 사남매가 꼭꼭 붙어 다녔다. 지금은 뷰도 있고 학군도 좋은 곳에 살고 있지만 그 사이 사랑하는 아버님을 잃었고 우리 사남매는 가정을 이룬 후에 뿔뿔이 흩어져 이젠 1년에 얼굴 몇 번 보기도 힘들다.
살기 좋은 곳. 나는 사랑을 나누는 곳이 살기 좋은 곳임을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닫곤 한다. 사랑을 주고받을 가족, 이웃, 교회 식구들, 학부모님, 아이들을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 회사 식구들, 회사 웃어른들… 이분들을 섬기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내 삶을 채울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믿는다. 살기 좋은 곳은 내가 만든다. 내가 사랑으로 바뀌면 주변이 바뀌고, 내가 바로 서면 주변이 밝아지는 경험을 할 때 나는 그곳에 사는 것이 행복해진다.
김수현 부동산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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