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형(정신대 결의안 범대위 공동운영위원장)
“일본정부는 우리가 빨리 죽기만을 바라고 있고, 한국정부는 쉬쉬하며 이 문제가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고, 정치가들은 관심도 두지 않는다.”
지금 88세의 황금주 할머니가 1992년 11월26일 워싱턴지역 최초의 정신대 피해자 간증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다. 당시 73세의 황 할머니의 목소리는 와싱톤 한인교회의 예배실을 찌렁찌렁 울리고도 남았었다.
이 분 할머니들 모두의 소원은 죽기 전에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받고, 억울하고 비참한 자신들의 과거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토로하신다.
알려진 바 이달 26일에 정신대법안 상정을 공지한 렌토스 위원장의 약속을 두고도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라 해서 음모와 모략이 없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상정과 의결의 사이에 어떤 음해나 음모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로비가 극에 달했다 해도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무력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손바닥 하나로 하늘을 가리는 사람들. 그래서 잊혀져가는 진실 한 토막을 여기 소개한다.
미국이 일본의 전쟁범죄 혐의자 16명에 대해 입국금지령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지역에서 자행된 만행과 관련이 없는 외국인에 대한 최초의 미국 입국금지조치였다. 법무부는 이들 16명이 “만주에서 민간인들과 전쟁포로 수천 명에게 비인도적이며 치명적인 의료생체실험을 실시한 악명 높은 ‘731 부대’ 대원들과 동아시아 및 동남아 출신 여성 수십만 명을 성의 노예(군대위안부)로 만든 혐의자 들이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 16명이 미국입국이 금지되는 외국인‘요시찰인물’ 명단에 올려졌으며 나치전범자들을 추적하는 법무부 산하 특별수사국(OSI)의 조사가 진척됨에 따라 더 많은 일본국 전범혐의자들(200여 명)이 이 명단에 추가될 것 같다고 당시 밝혔었다.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 입국금지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정부가 희생자들과 그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일보 사설은 “2차대전 당시 생체실험을 하고 위안부 강제동원이란 만행을 저지른 일본 전범자 16명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미국의 발표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전후 51년이 지났는데도 전쟁범죄를 끝까지 추적, 이를 단죄하려는 자세는 그동안 감정적으로 극일과 반일만을 외쳐 온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생체실험이나 해부, 그리고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은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일본은 정부의 간여를 부인해 왔다”고 썼다. 사설은 “일본은 정부의 보상은커녕 일부 정치인은 위안부를 ‘상(商)행위’라고까지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장기간 연구조사를 해온 것에 주목해야한다. 이 같은 노력은 망언과 사과를 적절히 사용하는 일본의 교묘한 식민통치 합리화에 감정적으로만 대처해온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보도내용 중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플로리다에 본부가 있는 인권단체 ‘피억류자권리센터’의 헤어 사무국장은 3일 제2차대전 중 인체실험이나 군대위안부 강제동원에 관여한 뒤 지금도 생존하고 있는 옛 일본군 200 명의 명단을 법무부 특별조사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지난 주 일본의 정치인 45명과 교수, 정치평론가, 언론인 등과 공동으로 낸 워싱턴포스트의 한 전면광고로 잠시 들썩했다. 손바닥 하나로 하늘을 가려보려는데, 가려지기는 하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하늘만을 가리고 있을 뿐 정작 다른 이들은 온 하늘을 보고 있으니 광대놀음일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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