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작가가 영문으로 엮은 그림 동화책 ‘홍길동의 전설: 한국의 로빈 후드(원문: The Legend of Hong Kil Dong, The Robin Hood of Korea)’가 ‘2007 올해의 최우수 아동도서,’ ‘2007 최우수 아동 그래픽 소설 10권‘에 각각 선정된데 이어 24일에는 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칸 도서관 사서 협회가 선정한 ‘아태 문학상‘까지 수상하며 미국인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동 그림동화 작가인 앤 시블리 오브라이언 씨가 지난해 9월 출간한 ‘홍길동의 전설’은 1년이 채 안된 현재까지 초판 7,500권 중 5,000부 이상이 판매됐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각계의 문학평론에서부터 어린이 독자들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작가 오브라이언씨는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의 아름다운 생활풍습과 훌륭한 문화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한국인에게 보내는 나의 러브레터”라고 뉴욕한국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서슴없이 밝힌 오브라이언씨는 “작업하는 내내 마치 한국으로 돌아간 듯했다. 또한 한글의 우수성에 다시금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한국 문화에 더욱 깊은 감사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큰 무리가 없는 한국어 실력을 지닌 오브라이언씨는 의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7세 때 가족과 함께 1960년 한국으로 건너가 13년을 살았다. 서울과 거제도 및 대구 동산병원에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오랜 대구생활을 경험한 그는 당시 선교사들이 언덕 위의 서양가옥에 따로 떨어져 살았던 것과 달리 한국 전통가옥에 살면서 한국인들과 마치 가족과도 같은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홍길동을 영문판 그림동화로 펴내게 된 것은 나는 누구이며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자신의 운명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인간들의 궁금증을 바로 홍길동 이야기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게다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여서 그림 동화책으로 펴낼 결심을 하게 됐다고.그는 “이처럼 훌륭한 이야기는 한국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알려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도 번역판이 보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겉은 분명한 미국인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하다는 그는 앞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이화여대 교환학생 경험도 있어 현재 글·그림 작업을 모두 직접 맡아하고 있다.
지난 1993년에는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The Princess and The Beggar)’을 영문판으로 소개한 바 있고 이 책은 다시 불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그간 한국의 전래동화 2권을 포함, 총 25권의 그림 동화책을 펴낸 그는 앞으로 이순신 장군과 심청전을 소재로 영문판 그림동화책을 펴내겠다는 또 다른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남편과 메인주에 살고 있는 오브라이언씨의 한국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첫째 아들 페리(25)는 직접 낳았지만 둘째인 딸 윤희(21)는 대구에서 태어나 8개월 때 그와 가족의 연을 맺은 한인 입양아다. “두 아이는 물론, 미국인들과 한국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나눌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그는 미국 어린이와 부모들이 홍길동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별도의 웹사이트(KoreanRobinHood.com)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 동화책 앞부분에는 한국 조선시대 역사를 삽화로 설명하고 한국의 상징물과 의상, 단어 발음법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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