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자카란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면 내가 살던 고장의 라일락 향기가 스며 들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자카란다 는 아무리 라일락을 닮았어도 향이 없으니 라일락일 수가 없다.
문화란 곧 민족이다. 민족의 자긍심이나 정체성 등 모든 것이 문화로부터 배어 나온다. 그러므로 문화나 전통은 쉽게 변질될수 있는 것이 아니다.
11년 전 남가주에서 처음 전통혼례를 주관했다. 타민족과의 혼례였다. 한국의 전통혼례에 담긴 뜻을 진솔하고 정중하게 표현하면서 혼례를 치렀다. 모두가 감탄을 하며 깊은 뜻이 담긴 혼례를 부러워했다.
요사이 한국의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문화의 보급을 위해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널리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전통혼례의 진수를 벗어나는 혼례식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예를 들면 가마는 신부의 집에서 혼례를 마치고 삼일 후 신부가 시댁으로 갈 때 타고 가는 것이다. 혼례식도 시작하기 전에 가마를 들고 초례청을 도는 모습은 신성한 혼례를 일개 볼거리로 만든 격이 되고 만다.
신부에게 절을 시키는 수모는 청홍 치마를 얌전히 차려 입고, 오직 신부가 절을 참하게 하도록 돕는 것이 본분이다. 그런데 수모가 자기 치장에만 도취되어 신부 따로 수모 따로인 광경은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음식이 퓨전 시대라고 문화까지 따라 가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먼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길 때 남도 우리의 것을 중하게 여겨 준다. 전통문화에 담긴 뜻을 소중하게 지켜야 하겠다.
이명희 / 전 다문화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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