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은호(전 코리안 콘서트 소사이어티 회장)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움의 전당인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은 5월말과 6월초 각각 창립 121주년과 122주년을 맞이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는 물론 체육, 여성운동 등 우리 사회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모든 분야에서 불과 1세기 전 구한말 한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고 이루어진 곳은 다름 아닌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었다. 따라서 이들 두 학당의 초창기 역사를 훑어보면 그것이 바로 우리 한국의 진정한 근대사라고 부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의 추종을 허하지 않고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고성장 발전 발달하고 있는 원천은 바로 이 두 학당이라고 하여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화학당은 오늘날 명실 공히 세계 최대 여성 교육기관으로 군림하고 있을 정도로 파격적 성장을 보이는 우리의 자랑스런 존재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 한국인의 성실한 우수성과 끈질긴 노력에 기인하겠으나 무엇보다 어둠속에서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는 우리 한국에 위험을 마다 않고 새 문명과 기독교의 메시지를 가지고 미국에서 찾아온 초창기 선구자 선교사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헌신과 봉사 없이는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국가로서도 물론 우리 모두 다 이 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갓 결혼한 한 쌍의 젊은 부부가 1885년 배재학당을 창립하신 아펜셀라 박사 내외로 워싱턴서 2시간 정도인 멀지 않은 펜실베니아 주 랑카스터 (Lancaster)에서 오셨다. 또 그때 같이 오신 스크랜튼(Mary Fletcher Benton Scranton) 여사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태생으로 1886년 이화학당을 창립했고 여사와 동행한 그의 아들 스크랜튼(Dr. William B. Scranton) 의사는 의료 봉사 활동으로 시작하였다.
한국의 현대사를 보면 오늘을 있게 한 우리의 지도 역할을 하신 수많은 분들이 거의 다 이 두 학당을 거치신 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두 학당도 처음 시작은 지극히 작은 곳에서부터 싹 텄다. 큰 나무도 씨를 심어주는 시작 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진실이다.
한국 여성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883년 이름도 없이 멸시와 차별을 당하는 한국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근교 라비나(Ravenna)에 사는 월리스(Lucinda Brown Baldwin Wallace) 여사는 당시 돈 88불(현재 약 1만불)을 미 감리교 여자선교부로 보냈다. 이 돈이 씨앗이 되어 1885년 부활절 주일날 스크랜튼 모자는 아펜셀러 내외와 함께 우리 한국 땅 제물포(인천)에 발을 딛게 되며 이로써 새 천지와 새 역사가 움트고 싹트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120여 년 전 베푼 월리스 여사의 마음씀에 보답하고자 뉴욕, 로스앤젤레스, 클리블랜드, 워싱턴 DC 및 먼 서울에서 온 이화여고 동문회 합창단은 지난주 월리스 여사가 다닌 라비나 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고마운 선행을 기렸다. 또한 오하이오 주 감리교 연회에서 부른 성가와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 찬 이들의 찬양은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의 가슴에 이화 딸들의 감사와 사랑의 진심이 전하여지고 느껴진 듯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말뿐이 아니고 실지로 행동으로 감사를 전달한 이화의 딸들의 갸륵한 정신은 우리들 모두가 본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들, 특히 미국에서 정착하여 사는 우리들은 과거의 받은 사랑과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한국의 숨은 은인들을 찾아 감사의 뜻을 행실로 실현하도록 힘써야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