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23일간의 감옥생활을 끝내고 출감한 후 백만불의 출연료를 제시한 인터뷰 신청을 거절하고 CNN의 래리킹 쇼에서 감옥 경험에 대한 인터뷰에 무료로 출연했다고 한다.
소란스럽고 철없는 행동으로 유명한 힐튼은 자신의 유명세를 즐기며 여전히 파티와 연예활동을 전전하겠지만 이번 힐튼사건에 연루되었던 2명의 라티노계 고위 정치인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힐튼에 대한 법원의 45일형 선고를 무시하고 나흘만에 출감시킨 리 바카 LA 카운티 셰리프 국장은 부유층에 대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미전역의 반대여론으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까지 처했었다.
한편 바카 국장에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으로 힐튼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도록 공적을 세운 로키 델가디요 LA시 검사장도 언론의 뒷조사에 의해 드러난 아내 미셸의 무면허, 무보험 운전사고 기록과 관용차 사고 은폐사건, 결혼 전인 1998년 미셸에게 발부된 체포영장 등의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며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더욱이 델가디요 검사장과 부인이 LA시 공무원들을 자녀들의 베이비시터나 집안 일 등에 동원했던 일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으며 미셸 소유의 컨설팅 회사가 수년간 세금보고는커녕 사업체 등록조차 하지 않은 것을 밝힌 뉴스까지 최근 보도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델가디요 검사장이 이끄는 LA시 시검찰은 500명의 검사단으로 구성된 전국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지방자치 법률 단체로 LA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범죄와 위반사항들에 대한 법집행을 하고 있으며 LA시 최고의 법률 자문단으로 시장과 시의회, 나아가 각종 위원회 및 분과, 시직원들을 위해 법률 자문단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델가디요 검사장의 경력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완벽해 보였다. LA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 시절 풋볼선수로 활동했으며 그 후 1986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법학학위를 받았다. LA의 유명한 O’Melveny & Myers 법률회사에서 일하다 리처드 리오던 LA시장 시절 경제개발 담당 부시장을 지냈다. 그는 LA시장, 캘리포니아 주지사 또한 나가가 미국 최초의 라티노 대통령을 꿈 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정치적 생명은 46세의 나이로 끝나버릴 수도 있으며 그의 미래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미 주류사회의 정치판은 살벌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특히 인터넷 시대인 지금 순식간에 모든 정보를 구해내고 밝혀내는 정보 시스템과 미디어들에 의해 개인의 과거 행적이나 법률 위반 사항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인 미셸은 결혼하기 2주 전인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있었던 자신의 위반사항을 미디어에 의해 적발당한 후 지난주 법정에 출두해 집행유예 1년과 벌금 431달러, 그리고 처음 문제가 되었던 2004년 당시 LA시 소유 차량의 사고 수리비인 1,222달러까지 합쳐 1,653불을 지불하고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듯하다. 비록 같은 정치가일지라도 시 검사장의 청렴도에 대한 기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렇게 진작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 어떻게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델가디요 검사장의 판단력과 정직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타인의 불행을 우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물론 맘 편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한인 사회의 미래 정치가 지망생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 주류사회 정치가로서의 출세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털어도 먼지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며 본인은 물론 이제는 가족들의 행동 관리도 점점 더 중요시 되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라며 누누이 들었던 가르침 중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먼저 자기 자신과 가정, 그리고 나라를 잘 다스릴 때 평천하를 이룰 수 있다는 이 가르침이 델가디요 시검사장이 치르고 있는 곤욕을 보며 새삼 의미 깊게 다가온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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