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면 요새말로 ‘짝퉁’ 얘기가 반드시 나온다. 중국인 스스로 자기 배로 난 자식 빼고는 모두 가짜로 보면 된다는 냉소적 농담이 있을 정도니 가짜가 얼마나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짝퉁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는 절묘하게 인간의 심리적 허영에 연결돼 있다. 공급자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빨려들어 짝퉁을 생산하고 유통시킨다. 소비자는 내가 가진 현실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은 유혹에 짝퉁을 구입한다. 둘 다 정상적인 노력으로 살기보다는 사회의 법망을 피해 쉽게 남보다 더 잘나 보이려는 허영이라는 점에서 뜻이 맞아 형성되는 경제구조다.
짝퉁은 획일화된 물질적 가치관을 갖는 사회에 뿌리를 내린다. 이런 사회에서는 남보다 돈이 없어 보이면 무시당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인생에서 뒤쳐졌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기 쉽다. 열등감의 극복 방안 중 하나가 외적인 내 모습을 포장하는 방법이고 이 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유혹이 짝퉁이다.
한국이나 이곳 한인사회에 짝퉁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바로 획일화된 물질적 가치관이 강하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친한 사이끼리는 좋은 명품을 보면 우선 그것이 짝퉁인지 아닌지부터 물어볼 만큼 짝퉁이 많다고 한다. 짝퉁을 사고 갖고 다니는 일이 하나의 애교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짝퉁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일탈현상이고 범죄행위이다. 짝퉁시장의 폐해는 창의적 생산자의 이익을 침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질서를 쉽게 무시하는 논리와 연결되면서 상품이 보장해야 할 소비자에 대한 기본 의무마저도 파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짝퉁 문화와 최근 제기되는 중국산 식품의 인체 유해성 물질 오염사건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화학물질로 오염된 중국산 수입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의 죽음으로 야기된 식음료의 안전문제는 점점 그 폭이 넓어지면서 독극물이 섞인 치약에 대한 경고가 나오더니 최근에는 지나친 항생제와 인조 첨가제가 발견된 양식 해산물의 문제로까지 퍼지고 있다.
더 우려가 되는 사항은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공장과 광산이 버린 공해물질로 물든 중국의 농지에서 재배되는 곡물, 과일, 채소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곡물과 야채류 시장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12% 정도이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양도 연 2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오염 음식물이 가져올 생명에 대한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중요한 무형가치를 가짜로 복제하면서도 범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회가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에 관련된 상품까지도 무책임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중국은 빨리 발전하면서 그 방대한 인력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짝퉁문화로 상징되는 범죄적 지하 경제행위는 다른 생명에 대한 치명적 가해로까지 갈 수 있음을 중국산 오염식품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이와 함께 짝퉁을 단순한 애교 정도로 받아들이면서 아무 죄의식 없이 사들이는 구매자는 오염식품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염식품을 가능케 한 짝퉁문화의 적극적 가담자로서 가해자도 된다는 아이러니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시장경제의 생명은 법과 질서의 존중이다. 그러나 법과 질서의 존중은 추가비용을 가져온다. 따라서 법과 질서를 비켜갈 때 가져올 이익에 대한 유혹은 언제나 존재한다. 환경오염과 짝퉁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때 내가 어긴 법과 질서가 부메랑이 돼 내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음을 우리는 중국의 짝퉁문화에서 생생히 체험하고 있고 이 정점에 우리 사회가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짝퉁의 유혹을 물리치는 용기는 경제 질서 이전에 바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초석이고 내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기본이다.
최운화 /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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