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위해 6시간 동안 통학을 하는 오찬양(오른쪽)·곽순구(왼쪽) 할머니가 추순자 선생에게 한국화 지도를 받고 있다.
오찬양·곽순구 할머니 LA 한인타운에서 출발
지하철·버스 환승거쳐 OC한국일보문화센터까지
“한국화 배우는 큰 보람”
배움을 위해 하루 6시간동안 통학을 하는 학생이 요즘 세상에도 있다.
주인공은 매주 수요일 가든그로브 한국일보 문화센터에서 소선 추순자 선생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우고 있는 오찬양(76)할머니와 곽순구(73) 할머니. 날씨가 찌뿌듯하면 온 몸에 신호가 오는 만학도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SAT시험을 앞둔 고교생 못지않다.
두 할머니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전7시에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집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LA다운타운 유니온역에 도착한 뒤 오전8시에 OC로 출발하는 메트로링크 통근열차로 환승한다. 오전9시 오렌지역에서 내린 뒤 가든그로브로 향하는 OC 시내버스에 올라탄다. 문화센터에 도착하면 시계바늘은 9시45분에서 10시 사이를 가리킨다.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버리지만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수업을 배울 수 있어 마음은 상쾌하다”고 두 할머니는 입을 모은다. 10여명의 어린 40~60대 학생들과 어울려 그림도 배우고 점심식사도 하며 즐거운 4시간을 보내면 다시 하교 시간.
퇴근 인파를 뚫고 집에 도착하면 어느새 하루 해도 뉘엿뉘엿 태평양으로 기운다. 곽 할머니는 수업 때문에 여러 번 몸살을 앓았고, 오 할머니도 목·금요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희한하게 수업 날이 되면 다시 몸에 생기가 돈다.
중국, 일본 선생님에게 배울 정도로 사군자와 동양화에 관심이 많은 두 할머니 학생은 LA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추순자 선생 작품전을 관람한 뒤 LA에서 GG로의 통학을 결심했다. 두 할머니는 “인품과 실력 모두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 힘들 줄도 모르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늘그막에 그림 배운다고 6시간이나 버스와 전철을 타는 게 남세스러워 자녀들에게도 다섯 달째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오 할머니는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 녀석들 생일에 복돼지를 직접 그린 생일카드를 선물해 주니 너무너무 좋아하더라”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두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루 6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고를 감수하며 계속 배움에 정진할 계획이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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