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풀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기 바쁜 사람들의 모습.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미국인들의 휴가패턴을 바꾸고 있다.
미국 직장인 46%, 장기 피서계획 없어
주거환경,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주원인
요세미티일 수도 있다. 그랜드 캐넌일수도 있고. 온 가족이 자동차로 함께 떠난다.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추억을 남긴다. 온 가족이 국립공원으로. 많은 미국가정의 여름철 연중행사였다. 그 전통이 그런데 시들해지고 있다.
왜. 개스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서인가.
차츰 휴가를 가지 않는 분위기다. 휴가를 단축한다. 아니, 거부하기까지 한다. 근로계층,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하는 미국인 중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여름철 피서계획이 아예 없다는 연구조사다. 그렇다고 일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 피서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바닷가를 찾아 가기보다 풀장 옆에 죽치고 있겠다. 랩톱과 블랙베리를 들여다보면서. 46%의 직장인들이 이런 식으로 여름을 나겠다는 것이다. 여행계획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1박2일, 2박3일 등이 고작이다. 그것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다.
미국인들은 왜 휴가를 줄이고 있나. 여러 이유가 있겠다. 그 주된 이유는 그렇지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은 산업선진국 중에 정부가 유급휴가기간을 강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고용주나, 회사의 자유의사로 휴가기간이 정해진다. 그러므로 미국인의 휴가기간은 평균 두주 이하로, 보통 6주나 되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대조가 된다.
미국은 생산성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페이도 좋다. 그 분위기에서 직장인들은 일하는 것을 멈추기를 싫어한다. 잠시 기분전환, 영혼의 재충전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쉬지 못하게 할까. 신분상승 중독증세가 아닐까 싶다.
가령 10일간의 알래스카 환경여행을 생각해보자. 그 경비면 렉서스 쿠페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다운 페이가 된다. 잠시만 참으면 신분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 ‘팬시’한 렉서스를 모는 신분으로 말이다. 여행을 갈까, 렉서스를 살까. 어느 쪽을 선택할까. 렉서스 쪽이 많은 사람들의 선택이다.
여름철이면 미국의 아버지들에게 부과되던 의무가 있었다. 피서지에서의 캠프파이어 준비다. 오늘날 적지 않은 아버지들이 그 의무에서 해방됐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로 구성된 전통적 형태의 가정이 줄어서다. 가정의 파괴는 휴가패턴의 변화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의 소득이 크게 늘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소유도 늘었다는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 등 형편이 좋은 계층에서 요즘 유행하는 게 있다. ‘위크 엔드 하우스’ 갖기다. 호수 가에 있는 근사한 집을 구입했다. 당연히 모기지가 두 개 이상이 됐다. 그 돈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그 어렵사리 마련한 집에서 즐겨야 한다. 여름철 휴가, 그것도 두 주 이상 장기 휴가는 갈 수도 없다. 그러니 사절이다.
‘이 땅은 그 자체가 레저 랜드(leisure land)다’- 누가 한 말이었나. 교외주거지역을 한번 돌아보자. 대형 실내체육관이 없는 곳을 찾을 수 없다. 요가 스튜디오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거기다가 몸을 돌보고, 마음을 쉬게 하는 업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말 그대로 주변이 레저 랜드다. 그러니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플 백을 메고 며칠이고 자연 속을 거닐고 또 이동하는 여름철 휴가가 과거의 것이 된 것은 오히려 이상할 게 없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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