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잔 데일리는 털사에 도착한 뒤 이틀간 카지노에서 도박만 하다가 경기에 나서 67타를 치며 2타차 단독 2위로 출발했다.
PGA챔피언십 1R
무명의 스톰-유명한 데일리 1-2위 깜짝 스타트
‘아무런 생각없이 나선 것이 비결인가’
9일 오클라호마 털사의 서던힐스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린 제89회 PGA챔피언십 첫날 그레이엄 스톰(29·잉글랜드)과 잔 데일리(41)가 나란히 1, 2위로 나선 것은 둘 다 상당한 이변이었다. 스톰은 대부분 팬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라는 점 때문이었고 데일리의 경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긴 하지만 지난 수년간 워낙 경기 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선수라는 점에서 돌연 펄펄 날았다는 점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5년전 잉글랜드의 제과점에서 접시닦이를 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골프대회 출전경비를 마련했었다는 스톰은 이날 출전선수 중 유일하게 노보기 라운드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이날의 신데렐라로 우뚝 섰다. 이번 주까지 8주 연속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 중인 스톰은 이날 체력이 바닥났음을 감안, 테크닉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골프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라운드에 임한 것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최고의 스코어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10번홀에서 시작한 그는 첫 두 홀에서 버디를 잡는 등 4홀에서 버디 3개를 골라내 일찌감치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렸고 16번홀에서 버디를 보태 전반에만 4타를 줄이는 기염을 토한 데 이어 후반 2번홀에서 칩샷이 홀컵에 빨려들어가 버디를 잡는 행운까지 겹치며 깜짝 선두로 우뚝 섰다. 스톰은 경기 후 “라운드 내내 거의 아무 생각도 안했다”면서 “5년전만 해도 내가 골프선수로 생활할 줄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별 생각없이 라운드에 임한 것은 데일리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출전한 17개 대회 중 5개 대회서만 컷을 통과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는 데일리는 털사에 도착한 뒤 화씨 10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자 아예 코스엔 들르지도 않고 카지노로 직행, 이틀간 도박만 하다 이날 골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그가 코스에 나타나기 전까지 그가 털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날 웬일인지 치는 드라이버샷마다 페어웨이를 꿰뚫은 덕에 지난 2년만에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데일리가 마지막으로 메이저 대회에 단 한 번의 연습도 없이 나타난 것은 지난 1991년 PGA챔피언십. 당시 그는 9번째 대기선수로 행운의 출전권을 얻은 뒤 기적같은 우승을 차지해 세계 골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었다. ‘괴력의 장타자’로 팬들의 인기를 모았으나 무절제한 사생활과 가정불화와 알콜중독 등으로 지난 수년간 성적이 곤두박질했던 데일리가 이날의 깜짝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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