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 마리옹과 뉴요커 잭이 파리시내를 걷고 있다.
미국·프랑스 두 동거남녀 위트넘친 사랑과 질투
프랑스 배우로 미국에 살고 있는 쥘리 델피(크리스토프 키슬로우스키의 ‘3색 3부작’의 ‘백색’에 주연)가 제작, 편집, 감독, 주연하고 각본과 음악까지 쓴 재미있고 즐겁고 지적인 작품이다. 사랑과 질투와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차이를 유머로 채색한 대사 위주의 영화로 사실적이요 위트 있게 묘사한 탄산수와도 같은 영화다.
우디 알렌의 영화를 연상케도 하나 그의 영화보다 훨씬 생기가 있고 또 괴팍하다. 델피의 글 솜씨와 연출 솜씨에 탄복을 금치 못하겠는데 참으로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또 신랄하고 귀엽고 배꼽 빠지도록 우습다. 그러면서도 매우 진지한 면을 지녔다.
영화는 2년간 동거해 온 뉴요커로 실내장식가인 잭(애담 골드버그)과 파리지엔인 사진작가 마리옹(델피)이 베니스 여행을 마치고 집이 있는 뉴욕으로 가기 전 마리옹의 부모가 사는 파리에 이틀간 머물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둘은 지금 관계에 약간 김이 새는 중으로 여행은 둘 간의 관계를 재충전시키기 위한 것. 영화는 둘이 걷고 얘기하는 장면이 많아 델피가 이산 호크와 공연한 ‘해 뜨기 전에’ 와 ‘해 지기 전에’를 생각나게도 한다.
잭은 신경과민증자로 테러가 무서워 메트로를 안타겠다고 해(그런데 부시는 매우 미워한다) 마리옹에게 야단을 맞는다. 그런데 마리옹은 잭과 반대로 만사태평형으로 약간 정신 나간 여자 같다. 영화에서 제일 우습고 재미있는 장면은 잭과 마리옹 부모와의 면담. 잭과 마리옹의 프렌치 콘돔 에피소드 후 잭과 마리옹 그리고 마리옹의 부모(실제 델피의 부모가 나오는데 둘 다 배우)가 점심 식탁에 앉는다. 여기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마리옹의 아버지와 불어 한마디 못하는 잭과의 대화가 시니컬하면서도 배꼽 빠지도록 우습다.
잭은 마리옹의 가족을 약간 머리가 돈 사람들로 치부한다. 그런데 잭과 마리옹이 파리 시내를 배회하다가 만나는 몇 명의 마리옹의 전 애인들 때문에 잭의 혼란과 질투가 폭발점에 이른다. 이런 잭에게 마리옹은 “당신 만나기 전 남자들”이라며 무덤덤한 표정. 마리옹 같은 여자를 보고 종잡을 수 없는 여자라고 하는데 다정하고 상냥하던 마리옹이 인종차별주의자인 택시운전사와 자기를 버린 전 애인에게 갑자기 발칵 하고 노발대발 하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델피와 골드버그의 콤비가 찰떡같은데 약간 비감한 기운을 지닌 채 애매모호하게 끝난다. R. Samuel Goldwyn. 선셋 5(323-848-3500), 랜드마크(310-281-8233), 모니카(310-394-9741), 타운센터 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타운센터 6(800-FANDANGO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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