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화로 소개된 바 있었던 ‘쩐의 전쟁’이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호기심 반 서글픔 반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돈 없고 담보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금 사채업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본연과 탐욕, 그리고 멸망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삶이 무엇인가?’라는 잠꼬대 같은 감상에 잠시 젖어 보기도 했다.
눈만 뜨면 미친 듯이 각자의 생활 속에서 행복과 불행을 저울질해가면서 무소불위의 괴력으로 우리들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게 ‘돈’의 실체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에 멕시코시티에 사는 중국인이 자신의 집에 2억 달러의 음성거래자금을 현금으로 쌓아 놓은 것을 신문에서 보고나서 ‘남대문의 마동포’가 실제로 있긴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본국에서는 여러 가지 수요에 의해서 2008년 상반기에 5만원, 10만원 등 고액권지폐의 발행을 앞두고 지폐에 들어갈 인물선정 때문에 고심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지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달러짜리 지폐에는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있고, 뒷면에는 13층 미완성 피라미드 위에 신성의 눈, 독수리 휘장 위에 13개의 별, 독수리의 양발에는 13개의 월계수 잎과 13개의 화살이 쥐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건국 13주를 상징함은 물론이고, 13은 ‘초월’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한다. 화폐에 사용되는 상징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자기나라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다른 소재보다 많이 채택되고 있다. 그런데 그 인물선정이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시대와 다양성의 차원에서 천편일률적인 ‘이 씨 남자’에서 탈피하자는 게 중론인 듯하다. 발권은행에서 어떻게 결정할지 궁금한 가운데 도산선생도 후보군에 올라있어서 추후 채택여부와는 상관없이 그가 갖고 있었던 국제성, 미래성, 실용주의 철학 등을 살피고자 한다.
도산의 사상을 한마디로 함축한다면 그것은 ‘힘’이다. 힘 있는 사람, 힘 있는 단체, 힘 있는 민족국가 구현이 목표였다. 힘도 구체적으로 ‘지식의 힘, 금전의 힘, 신용의 힘’으로 정하고, ‘3대 자본 동맹저축론’을 운동기조로 정하였다. 이조말엽에 성리학의 배금주의가 상당히 퇴조하였지만 ‘돈, 경제’의 중요가치를 드러내놓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국제적 실용주의 사상을 접했던 도산은 거침없이 돈의 중요성을 설파하였고, 미주의 독립운동자금을 모아서 수차에 걸쳐 상해로 전달하여 상해임시정부의 재정을 책임지다시피 하였으며, 각 개인들에게도 돈을 벌기 위해서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습득할 것을 독려하였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지폐에 도산 초상이 들어가서 사랑하는 국민들과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그 돈의 쓰임과 거래 때마다 바름을 일깨우고, 나라의 나아갈 바를 밝혀 줄 나쁘지 않는 기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으나, 상해 임시정부 준비시절에 극구 사양하던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로서 각지의 지도자를 모이게 하여 1919년 9월6일 통합임시정부를 수립해 놓은 다음에 정작 자신은 ‘노동국 총판’이라는 말직을 맡은 것에서 보듯이 조직 내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자신이, 공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자중자애의 모습을 수없이 솔선함으로써 ‘자기 내세우기’를 극도로 자제하였기에 이번 화폐초상화 인물선정 과정 자체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이 없어서 그렇지 생전의 그였다면 마땅히 거절하였을 인격과 인품이기에 흥사단의 고민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대통령은 재임시절 화폐에 자신의 초상을 넣되, 접어 사용하면 초상이 훼손된다며 한쪽 옆으로 넣도록까지 했다는 사실과 견주어 비교해 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더군다나 새로 만들어 질 고액권이 일부의 우려대로 음성적 로비자금이나 칙칙한 지하창고 속에서 변탈색되는 역할에 쓰이고, 밝고 투명하여 희망과 미래를 열어주기보다는 탐욕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면 이것 또한 바랄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 속에서 결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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