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에서는 불륜을 그린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결같이 불륜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그려내 불륜이 오히려 낭만으로 자연스럽게 포장되고 있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애인 없는 사람, 불륜이란 추억 하나 가슴에 묻고 살지 않는 사람은 마치 ‘못난이’처럼 느껴질 정도다. 최근 막을 내린 ‘내 남자의 여자’에서 “우릴 제발 사랑하게 그냥 놔두세요!”라고 절규하는 장면을 보면 어떤 때는 정말 그들의 사랑이 확실하다면 방법이 잘못되었을지라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성이 흐려질 즈음이면 고등학교 때 읽었던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편’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거기에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지옥이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으로 몸부림치는 아우성만 있고 한 줄기 빛이나 실낱같은 희망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무섭고 음습한 곳이 바로 불륜행각을 저지른 자들이 가는 지옥이다. 그곳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탄식뿐이다. 게다가 끝이 없는 무저갱 같은 공간을 단 한순간의 휴식도 없이 불륜을 저지른 죄 값이 다할 때까지 두려움 속에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가혹한 형벌만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옥의 망자를 진혼하지는 못할지언정 도리어 미망 속에서 함께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 무서운 지옥마저 불륜을 저지른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이라면 조금도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순간에도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대한민국의 안방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가득한 여물지 못한 생각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비뚤어진 사랑의 결과는 ‘신곡’의 지옥보다 더 무서운 파멸을 초래한다. 웬만큼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은 불륜이 아닌 진실한 사랑이 행복의 원천이란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불륜이 주는 짜릿한 순간의 쾌감보다 순수함이 그지없는 아름다운 부부 사랑이 영그는 그런 싱그러운 가을아침을 맞고 싶다.
김문수 / 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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