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1부 차장)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는 최근 유복자로 태어난 어린 아들과 오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인 한 한인 말기 암 여성 환자를 돕는데 온정을 한데 모아 훈훈한 감동을 전한 바 있다.
불경기로 모두가 힘든 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힘든 처지의 동포들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한인들의 모습은 매서워진 겨울바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본보를 통해 기사가 첫 보도된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딱한 모자를 기억하는 한인들의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다. 하지만 온정을 베푼 그렇게 많은 한인들 가운데에는 아쉽게도 한인사회에서 여성문제나 가정문제와 관련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전화는 없었다. 그나마 교회 여선교회 등이 여성단체라는 이름으로 찾은 거의 유일한 곳이었다.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가정&여성문제를 담당하는 한인단체들을 성격에 따라 활동 분야를 세분화시켜 구분했을 때 굳이 이들 모자의 어려운 상황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단체라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암 투병 환자의 몸으로 어린 아들과 추운 겨울을 앞두고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처지에 놓인 한인을, 그것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움이 클 만도한데 어쩐지 모두들 조용했다.굳이 자신들의 활동 영역에 포함되는 대상이 아니더라도 팔을 뻗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는 없었던 것일까?
물론,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한인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여성이 여성을 보듬어주지 않는다면 힘없고 소외된 여성들이 기댈 곳은 더더욱 없어진다. 단체를 이끌어 나가다보면 정부 지원금이나 재단의 그랜트 등을 많이 유치해 폼 나고 유익한 알짜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빛나는 업적을 쌓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에 못지않게 이들 단체들이 진정으로 이곳 한인사회에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잊지 않는 것 또한 내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면 앞으로는 분명 달라지는 여성&가정 관련 한인단체들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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