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해도 말 그대로 ‘물보다 싼게 기름’이었다.
90년대 초반만해도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1달러 수준이었으니, 물 한 통(1갤런)과 비교할 때 진짜로 물 값이 더 비쌌다.
한국에서 기름 한 방울도 아끼자는 구호에 익숙했던 한인들은 겨울이면 아파트에서 ‘빵빵하게’ 나오는 난방 덕분에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생활하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이제는 이런 얘기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처럼 들린다.
요즘은 주유소를 들어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보통 휘발유 가격이 3달러가 넘어섰고, 앞으로 4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원유가격이 지난해만해도 배럴 당 50-6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배럴 당 100달러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불안할 정도다.
이래저래 욕먹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다. 명분 없이 이라크 전쟁을 하면서 그래도 속으로는 ‘원유 확보’ 차원이라며 자위를 했는데, 개스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으니 욕 안먹을 방법이 없다.개스값이 오르다보니 한인사회의 인심도 상당히 야박해진 느낌이다.
골프치러 갈 때, 카풀을 하면서 기름값이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골프치면서 다시 그 돈을 되찾아오겠다는 생각을 하지만)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한인 비즈니스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유가 상승으로 각종 물가는 오르는데, 매상은 잘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추수감사절과 연말 할러데이 시즌 분위기가 나야 하는데, 들뜬 분위기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그래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한인사회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한국일보는 연말 캠페인으로 ‘나누는 삶, 따뜻한 겨울’이라는 주제로 이웃을 돌보는 한인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속의 주인공들을 보면 꼭 자신이 많이 가져야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천정부지로 높아가는 개스 값을 한탄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눔의 소중함으로 생각이 번졌다. 한번쯤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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