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목사(제자 교회)
한해의 끝자락에 시간이 참으로 빨리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지나가버렸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시간이 가버린다고 생각을 하면 남는 것은 후회와 아쉬움뿐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미래라는 것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현재 다음에 오는 것이 미래이다. 우리는 과거에 살았고 지금은 현재라 이름 하는 오늘에 살고 있고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이라는 미래가 올 것이다. 과거를 출발점으로 해서 미래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희랍 사람들은 ‘futurum’이라고
한다. 이 라틴말은 과거에서 출발해서 오늘을 거쳐 내일로 가는 미래를 의미하며 영어의 ‘future’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는 이 미래를 차지하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두 번째 미래는 ‘futurum’과는 달리 사람이 만들고 계획하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약속된 미래가 있다. 이 미래는 사람의 미래가 아니라 하나님이 설정해 주신 미래이다. 우리가 가는 미래가 있고 우리에게 오는 미래가 있다. 이 미래를 ‘Adventus’라고 한다. 라틴 말로 이 뜻은 오는 미래라는 뜻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강림절을 ‘Advent’라고 한다. 이 미래는 우리가 쟁취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에게 오고 있는 약속된 시간이다.
희랍 사람들이 생각하는 Futurum의 미래와 히브리적 사고 속에 있는 Advent의 차이점은 시간의 주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죽음을 포함해서 죽음 이후의 삶까지 모든 미래는 하나님의 것이다. 이 시간의 주인이 오고 있는 절기가 바로 지금, 성탄절기이다. 하나님이 아기 예수의 모습
으로 찾아오고 있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찾아 나서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찾아오신 종교이다. 존 시몬즈는 복음과 종교의 차이를 이렇게 구별한다. “종교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복음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종교는 하나님을 위해서 인간이 하는 것이며 복음은 인간을 위
해서 하나님이 해놓으신 것이다.
종교는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추구이나 복음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추구이다. 종교는 인간이 사다리 꼭대기에서 하나님을 만난다는 희망을 갖고 자신의 의의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노력이면 복음은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사다리로 내려오셔서 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죄인인 우리를 만나주시는 것이다.”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찾아 저기, 거기를 해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기 나와 함께 계신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복음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열심의 종교이지, 인간들의 열심을 미덕으로 하는 종교는 아닐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주위를 돌아보면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 오늘만큼 하나님이 나와 가까이 계신다. 이를 우리 눈과 귀로 알게 해주는 시간이 성탄이다. 오늘 오고 있는 그분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신앙이다.
2007년이라는 인간들의 시간은 가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은 지금 우리에게 오고 있다. 시간과 함께 우리 자신도 흘려보내지 말고, 오고 있는 시간, 이미 약속된 미래를 믿고 살아가는 올 성탄이 되기를 기도한다. 금세기 초에 살았던 성인 도르룹첸 3세는 자주 이렇게 말을 했다.
“반대자들, 질병들, 악한 세력들과 같은 장애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그것들을 물리치거나 근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오고 있는 미래의 시간을 살아갈 때 우리의 모든 어려움은 우리 인생에 장애가 아니라 장식이 될 것이다. 오고 있는 시간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풍요가 가득한 성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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