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지나간 자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의 캐릭터가 한 말이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가는 2007년은 올해 드라마계의 최고의 어록으로 꼽힌 이 대사처럼 자장면 같은 해가 아니었나싶다. 몹시 허기진 상태에서 먹음직스러운 자장면 한 그릇을 앞에 둔 것처럼 ‘황금돼지의 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미원이 가득 들어간 실망스러
운 자장면처럼 대형사고와 경제악화, 그리고 거짓말로 얼룩진 한해였다...
돈도 없고 신용도 없는 사람들에게 지난 수년간 ‘내 집 마련’이라는 유혹의 손길을 내밀던 은행들과 모기지 회사들은 ‘서브프라임 파동’이라는 강펀치를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바꿔놓았다. 워싱턴에서 판사를 한답시고 우쭐대던 한 판사는 자신의 바지가 마치 ‘임금님의 새 옷’인 마
냥 한인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5,4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억지를 쓰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판사 옷을 벗게 됐다.
수년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일본계 미국인 선수가 한국선수에게 반칙을 범해 금메달을 뺐었다는 이유로 한국 국민들로부터 ‘공공의 적 제 1호’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사건의 범인은 한국인이었지만 미 주류사회에서는 그를 ‘코리안’이기보다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외톨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반 이민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은 다국적 출신의 이민자들을 위한 나라임이 틀림이 없다.
얼마 전에는 황우석이 ‘수퍼 뻥’으로 국가 망신시키더니 올해에는 신정아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량상품”이라고 큰소리치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만만하게 평양까지 가서 북한의 지도자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그러다가 12월 선거에서 ‘국민은 언론의 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픈 현실을 깨달은 것은 비단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어느 한 교회 신자들은 이슬람 국가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으며 미쉘 위는 골프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를 깨달으며 날개 없이 추락했다.
2007년은 또한 중국의 신용불량이 돋보이는 한해이기도 했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타이어에서부터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상품에는 문제가 많았다. 마르코 폴로가 실크로드를 왕래하며 수입했던 비단도 과연 ‘불량품’이었을까? 다가오는 2008년 무자년은 ‘쥐’의 해이다. 비록 새해부터 뉴욕과 뉴저지의 통행료가 오른다는 비보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본질이 그렇듯 새로운 시작에 새로운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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