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14)
나는 종종 된장 고추장 간장과 건빵들이 제 시기에 부대에 도달치 못한다는 불평을 듣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군수의 책임자에게 책임이 돌아오지도 아니하였다. 그 결과는 일선 장병들의 희생의 몫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군인이 얼마나 소홀히 취급되고 있었나를 알리는 징표이었다. 나는 그 원인을 조사해보았다. 내가 파악한 원인은 오늘 먹기 위한 식품을 오늘 구입하는 제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보급의 중단이 없으려면 적어도 일정량은 사전에 구입되어 보급 파이프라인에 비치돼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외의 국가 예산이 필요했다. 한국의 예산 제도는 1월에 써야할 피복이나 조미료나 건빵들을 조달할 재원이 12월 말에나, 정쟁이 있을 때는 정초에 결정되었다. 납품업자들은 예산이 나올 줄 알고 외상으로 물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납품이 수일 늦어도 보급품이 제 때에 부대에 도달치 못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음식물에 한해서는 제대로 보급이 아니 됐다고 후에 2-3배를 공급할 수도 없다는 이론으로 제 끼에 보급되지 못한 분에 대한 물량을 사후 보급하는 소급보급을 하지 아니할 것을 지시했으며 대신 이 양은 보급창에 모여져서 국가 예산 부족으로 오는 파이프라인 부족 보충분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즉 보급 미달 대가는 국가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달분에 대한 소급보급 제도를 중단시켰다. 처음에는 부대장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그러나 약 3개월간의 소급 보급 중지 정책 후부터는 건빵을 위시해 된장 고추장의 보급 중단이나 지연에 대한 불평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당시는 군에 징발된 시설이나 토지에 대해 국가 보상을 하지 못할 때이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 중에는 군에 대해 불평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경기 이북은 물론이고 이남이라도 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에 대해서는 국가 보상을 통해 온 국민이 공평하게 군비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징발된 양이 엄청나서인지 보상은 꿈에도 생각 못할 때였었다. 결과적으로 경기 이북 사람들, 그 것도 징발 당한 사람들에게만 애국심이 강요된 셈이다. 나는 이를 위해 상부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보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후에 경기 이남의 도시 건물 이용을 제한시키기 위해 예비사단 지역으로 시설을 통합시키는 정책이 강조되었으나 효과는 모르겠다. 시설과 같이 생각된 것은 용산에 있던 육군 본부의 한강선 이남 이동이었다. 6.25의 경험은 육군 본부가 서울에 위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용산에 위치한 육국본부를 매각하고 한강 이남으로 본부를 이동시키며 건축하여도 충분한 재원이 마련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용산 부지의 매각에 따르는 정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 때문에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겨울이 한창일 때 일선에 휘발유 보급이 안된다는 불평을 들었다. 8군에게 불평을 했다. 8군 말에 의하면 휘발유를 넣을 빈 드럼통이 부족하며 이는 한국군이 보내지 아니한 결과라 하였다. 설마 빈 드럼통이 부족해 그것도 일선에서 공 드럼의 송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아니하였다. 일선 지휘관들께 문의해보았으나 나와 같은 생각으로 그들도 이해 못했다. 일선 부대는 공 드럼은 보낸다 하고 8군은 안 온다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햇수는 잊었으나 정월 초하루 나는 원주와 춘천역을 방문해 공 드럼의 후송실적을 점검한 일이 있었다. 과연 공 드럼이 이야기 들은 대로 제대로 후송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어느 하루의 문제가 아니고 누적된 결과이며 군의 군수 군기 질서를 대변하는 증거가 되었다. 휘발유를 유용하더라도 휘발유를 계속 얻기 위해선 공 드럼은 보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나 그 당시에는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곧 폐차량 후송과 휴발유용 공 드럼의 후송 시는 중간 역에서 인수인계를 하도록 제도화시켰다. 불필요한 작업이었으나 군수 군기가 극도로 문란했던 당시의 실정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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