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15)
아마 4.19가 일어나기 전의 일로 기억한다. 나는 내가 군수의 책임을 맡고 있을 때 군수 문제에 대한 잘못이 있으면 군수 참모부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군수 문제에 대한 부조리가 있어도, 군수 군기가 문란하다는 세평이 있는데도 나에게는 책임이 돌아오지 아니함이 이해되지도 않았고, 그것이 옳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군의 지원 제도를 통한 부조리의 원인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때 부대의 행정비가 과다하게 요구된다는 지적과 함께 이는 상급부대의 과다한 요구의 결과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나는 막연히 4년제 육사 출신 장교들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었으며 그들이 중대장급까지 진출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일반 장교들에 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교육됐으며 부정직과는 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다고 생각되었다. 연령도 적어서 아직은 가정도 단촐할 때라 그들의 일선 경험담이 부조리한 군 운영의 원인 제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일선의 중대에서부터 각급 사령부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도록 대표들의 모임을 갖되 가능하면 각급 부대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육사 출신 신임 장교들의 참여를 기대해 보았다. 내가 기대한 것은 상급부대의 과다한 요구가 부조리의 원인이 된다면 그 요구를 줄여보자는 의견이었다. 기대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4.19와 같은 사건으로 그런 연구가 뒷전으로 물러서게 되었던지 군의 부조리의 원인이 예상외로 단순치 않았던 탓이었던지 기억에 남아 있지 못함이 유감이나 그 시대의 우리의 고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대만 시찰에서 얻은 교훈이 한국군의 군수 군기 확립을 위한 시간의 절박함이었다. 나는 관리 참모부와 협의해 재고 관리 업무 수칙을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재고 부족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며 부족이 발견될 때는 재고 관리자에게 평생 보상이 따르도록 하였음을 언급했었다. 당시 8군이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세단차를 한국군이 인수해 장성들의 승용차로 전환 시켰으나 이 차들은 각자의 집에 주차돼 있도록 허용돼 있었다. 대령들은 각자 지프차로 출퇴근이 허용돼 있었으며 많은 지프차들이 각종 명목으로 개인사용이 허락돼 있었다. 당시 육군은 출퇴근 용 버스가 없었다. 출퇴근에 많은 차량과 휘발유가 허비되고 있었다. 나는 널리 허용되었던 지프차의 개인 이용을 걷어 들이게 하였으며 이들은 수사 기관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나는 윗사람들부터 솔선하며 사회의 빈축을 줄여보기로 했다. 내가 취한 방법은 우선 육군 본부에 속한 차는 참모총장과 참모차장 차를 제외하고는 개인 주택에 주차를 금하고 육군 본부 모터풀에 주차토록 하였다. 불편이 따랐지만 내놓고 불평은 하지 아니했다. 장성들의 출퇴근은 개인차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대령급은 버스로 출퇴근을 하여야 했다. 나는 육군본부용 출퇴근을 위한 버스를 군사 원조로 받고 있던 GMC 트럭을 개조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고문단의 동의가 필요했다. 고문단은 이에 반대했다. 그렇다고 버스를 군원으로 도입할 수도 없었다. 나는 고문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 50대의 트럭을 버스로 개조시켰다. 한국 사람들의 솜씨에 놀랐다. 그리고 문제 삼아올 것을 염려했던 고문관 측의 항의도 없었다. 규정에 의해 반대는 했지만 그 동기에는 찬성했던지 나의 체면을 봐준 모양이었다. 출퇴근 버스 운영에 도움 받은 사람은 중령 이하 장교들과 문관들이었다. 그들의 출퇴근 차가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지프차들의 개인사용이 단속되었다. 그러나 내가 5.16으로 1년에 가까운 옥중 생활로 풀려나와 보니 회수되었던 개인 지프차들은 다시 환원되고 있음을 길거리에서 목격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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