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목사(제자교회)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는 ‘선(線)’적인 시간관을 가지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뒤를 향하고 있으면 과거이고, 선 자리는 현재 그리고 앞을 향하고 있는 것을 미래라고 부른다.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시간이 사건들로 채워질 때 비로써 나와 상관이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와 달리 고대 이스라엘에서 시간은 의미로 채워진 사건, ‘채워진 시간’으로 이해한다. 실제로 히브리말에는 시간이라는 단어가 없다. 히브리 사람들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닌 의미로 채워진 시간만을 시간으로 여겼던 것이다. 시간은 길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깊이를 뜻하는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불어에 행복과 불행이라는 단어를 형성하는 말이 시간이라고 한다. 그들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구분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 것이다.사실 시간 자체는 나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일정한 주기로 자전을 하고, 태양의 주위를 공전한다. 거기에 시작과 끝이 있을 수 없다. 1년이라는 것도 지구가 공전을 한 번 했다는 것 외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2007년과 2008년은 다른 시간이 아니다.
우리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2008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을 어떤 것들도 채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2008년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성공일 것이다. 성공 전성시대, 성공 만능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하여 애를 쓰며 살아간다. 그러나 성공은 인생의 목표(Goal)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목적(Purpose)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목적 없는 목표를 세우거나 목표를 목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는 흔히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달성여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목적은 계량화활 수 없기 때문에 그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상위의 목적은 외면한 채 하위의 목표만을 맹렬하게 추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렵게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속에서 마치 목적을 다 이룬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목표를 달성했다 할지라도 목표는 목표일 뿐 목적을 대신할 수 없다. 큰 교회를 만든 것은 목표를 달성한 것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교회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그래도 혹시 성공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그 목적을 위한 과정에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놓치
지 말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시간은 이루어 놓은 성취물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위하여 땀을 흘리는 과정들로 채워진다. 그 과정들이 의미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면 목적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성공에는 반드시 의미 있는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 히브리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의미로 채워진 시간들이 없는 성공한 시간은 공허한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느니, 꿩을 잡는 것이 매라는 식의 성공지상주의적인 삶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성공적인(Successful) 삶 보다는 의미 있는(Significant) 삶을 살라고 가르치신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복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회들도 복 받는 삶을 성공하는 삶이라고 가르친다. 내가 믿는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복을 받는 삶은 반드시 본을 받고 싶은 삶이어야 한다. 예수님으로부터 복을 받는 것과 예수님을 본받는 삶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이다. 성경적인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교회들이 복만을 가르치고, 성공만을 가르치다가 예수를 본받는 삶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해에는 복과 성공만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신앙적인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올해 성공적인 삶을 위한 무의미한 몸짓들만이 가득한 시간이 아닌 의미 있는 성공들로 채워지는 시간들이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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