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한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단골 고객이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존이 들어서면서 유난한 액센트로 ‘안녕하십니까?’ 한다. 말은 ‘나와 너’의 대화의 통로를 열어 당신이 말하고 내가 듣는다는 일상생활의 시작이다. 성서에도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였고, 플라톤은 ‘사람은 말씀을 가진 동물’이라고도 했다. 말은 인간생활의 한 산물이 아니고 생존조건이 된다고 하며 즉 인간이 말없이 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2~13세기의 독일 호헨스타우휀 왕가의 프레드릭 제왕이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언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부모 없이 고아가 된 갓난아기들을 한 집에 모아놓고 하인들에게 돌보게 하면서 절대로 말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말을 배우지 못한 그들은 말을 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린아이들은 결국 다 죽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말을 빨리 하기로 유명한 사람은 ‘말’이라는 소설을 쓴 사르트르였다. 불어권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인 그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책과 더불어 자라났다. 카페 프로코프에서 무수한 시사평론이나 소설 또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철학저작을 했으며, 유럽 식자 간에 ‘말의 요술사’ 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다. 작가인 폴 존슨은 그를 ‘말의 설사에 걸린 사람’이라고 별칭할 만큼 그는 생각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천재였다.
에세이의 비조인 몽테뉴는 눈물 없이는 배울 수 없다는 라틴어를 모국어처럼 잘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원정에서 새로운 세상의 경향을 배워 와서 실행에 옮겼다.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음악을 들으며 잠자게 하거나 깨게 하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라틴어 가정교사를 두고 라틴어 외에는 쓰지 못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조기교육을 시킨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유창한 라틴어와 불어를 자유자재로 쓰며 깊은 사상과 지식이 녹아있는 생활의 수상록을 쓸 수 있었다. 그의 ‘몽테뉴 수상록’은 영원한 고전에 속한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는 영어와 라틴어 외에도 10여개국의 외국어를 사용해서 무궁무진한 언어의 숲 속에서 작품을 썼다. 그는 초기의 고발문학에다 상징주의를 첨가해서 인간 잠재의식의 신비경의 흐름을 추상해서 20세기 최대 걸작인 ‘율리시즈’를 6년에 걸쳐 완성해 냈다.
남미의 보르헤스나 옥타비오 빠스 등 많은 작가들이 라틴어나 독어, 불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를 어린 시절부터 습득해서 다른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쌓은 작가들이다.
이렇게 조기교육으로 습득한 언어는 자연스럽게 세계와 접하는 첩경이 되고 대작을 만드는 풍부한 토양이 된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제일주의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부수로 학부모들도 조기 영어교육을 더욱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한국의 영어 열풍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라도 간다는 추세이다. 최근 통계에 나타난 것만 보아도 조기 영어교육을 위해서 심지어 태국, 필리핀 등 외국의 국제학교까지 다니는 학생이 2001학년도 8,000여명에서 최근에는 3만명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 생활에서 언어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언어는 우리의 생활이며 문화이며 지식의 기초가 된다. 언어를 잘하면 아이들의 지능도 한결 빨리 발달하게 되며 자라서도 지식의 습득이 원활하고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취득하게 된다.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갖게 된 지식이나 지혜는 일생동안 간직하게 된다. 그래서 영어뿐만 아니라 언어의 조기 교육은 현명하고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이 카드를 사고 나가면서 “감사 계세요…?” 하며 빙긋이 웃는다. 그의 웃음도 세계 공통어인 상냥한 말이다.
김인자/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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