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반신욕 (1)
벌써 몇 해 전의 일이 되었다. 한국의 모 텔레비전 방송국의 아주 인기 있는 건강 장수 프로그램에서 반신욕에 대해서 방송한 일이 있었다.
반신욕이란 말 그대로 신체의 반만 욕조에 담그고 땀을 내는 목욕법인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갑자기 반신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반신욕이 사회적인 현상이 되어 버린 적이 있었다.
조금 주제를 벗어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은 아주 독특한 목욕 문화를 갖고 있다. 원래 요즘 한국의 목욕 문화는 일본의 대중 목욕 문화가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건너온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은 여름에는 너무 습기가 많아 하루 종일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더 이상 불을 때지 않는 좀 식어버린 사우나탕과 흡사하다. 온 종일 땀에 절어 저녁에 목욕을 하지 않으면 끈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또한 겨울에는 우리의 온돌과 같은 탁월한 난방시설이 전무한 목조건물에서 사는 고로(‘고다쓰’라는 난로와 통에 뜨거운 물을 넣고 천으로 둘둘 말아 이불속에 집에 넣고 자는 것 정도는 있으나) 잠자기 전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 몸을 덥히지 않으면 밤사이 얼어 죽기 십상이다.
이런 기후와 난방의 미비로 목욕이 생활화되어 있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도 일본식 대중목욕탕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목욕문화는 그 후에 우리의 정서에 맞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매우 독특하고도 독자적인 문화를 자랑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대형 목욕탕들이 사우나 혹은 찜질방 같은 이름으로 영업을 하는 데 그 부대시설이나 서비스의 종목이 다양하여 가족 휴양 시설 같은 업종이 되었다.
수용인원도 몇 천 명이 들어갈 수 있게 대형화하는 것이 추세이다. 그래서 처음에 일본에서 받아드린 목욕탕이 이제는 역으로 일본으로 한국식 목욕을 수출하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일본은 한국같이(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몰라도) 목욕탕에서 때를 밀거나 마사지를 하지 않는데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곳 하와이에도 한국식 목욕탕들이 있는데 가끔 일본인들을 상담하다보면 한국식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마사지 받아본 경험을 자랑하며 아마도 한국인들은 그래서 얼굴 피부가 예쁜 모양이라고 부러워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목욕탕을 가게 되면 꼭 보게 되는 모양들이 있는데 몸에 좋다는 것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던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감행하는 사람들이다.
우선 운동을 한답시고 냉탕에서 발로 물장구를 심하게 치는 사람들이다. 수영장같이 크지도 않은 조그만 냉탕에 하마 같은 덩치의 여자 분이 물장구를 치며 냉탕 밖으로 엄청난 물을 튕겨내는 것을 보면서 함께 냉탕에 있으려면 멀미가 일어 할 수 없이 냉탕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한동안은 박수를 많이 치면 건강해 진다고 목욕탕에서 쉴 새 없이 박수를 치는 아줌마, 호흡량을 늘리고 지루함을 참기 위해 사우나탕에서 대중가요를 열심히 부르는 아줌마 등등..
처음에는 신기하고 우습다가 짜증이 나 대중목욕탕을 포기하고 일류호텔 헬스클럽이라는 곳을 다녔는데 그곳에도 노래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발장구는 여전했다. 초일류 시설을 자랑하는 수영장이 바로 위층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사설이 길어 다음에도 반신욕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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