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86층에서 팬들의 사인공세에 응하고 있는 매스터스 챔피언 트레버 임멜만.
매스터스 챔피언 임멜만 달라진 위상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져
“매스터스 챔피언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 탑10중 넘버 1은…”
“팔로 타이거 우즈의 어깨를 감싸면서 ‘내년엔 잘 되겠지(Maybe next year)’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3일 막을 내린 세계 골프의 첫 메이저 제72회 매스터스에서 우승, 영예의 그린재킷을 차지한 남아공화국의 ‘영건’ 트레버 임멜만(28)이 깜짝 우승으로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걸려온 수백여통의 축하전화와 메시지를 받느라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한 임멜만은 곧바로 다음 날인 14일 뉴욕으로 날아가 데이빗 레터맨쇼에 출연했고 ‘매스터스 우승으로 달라진 것 탑10’을 녹화해야 했다. 녹화가 끝난 뒤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으로 이동, 코트사이드 좌석에서 뉴욕 닉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NBA 경기를 관전한 임멜만은 특히 해프타임에 셀틱스 감독 닥 리버스의 초대를 받아 셀틱스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어 15일에는 리무진을 타고 맨해튼 최고층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으로 가 포토촬영을 했고 ‘Live with Regis and Kelly’ 쇼를 비롯한 여러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분주한 스케줄을 통과해야 했다. 비록 PGA투어에서는 꽤 알려진 스타이기는 했지만 스포츠계 전체로선 무명의 선수였던 임멜만으로선 불과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임멜만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셀틱스 선수들을 직접 만난 것이었다. 골프화를 신고 키가 5피트 9인치인 임멜만은 “트레이너 한 명만 키가 나만 했을 뿐 폴 피어스와 케빈 가넷 옆에 서니 (나는 그들의) 허리벨트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그처럼 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는 ‘스포츠 정키(Sports junky)’라고 자신을 표현한 그는 또 “그들(셀틱스 선수들)이 자기들은 어제 애틀랜타에 있으면서 대회를 봤다면서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줬다”면서 “내가 수퍼스타들에게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이런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라고 말해 아직 달라진 위상에 대한 쇼크가 계속 되고 있음을 털어 놓았다.
불과 4개월전인 지난해 12월 중순. 모국 남아공에서 벌어진 네드뱅크 챌린지에서 우승한 임멜만은 갈비뼈 근처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고 큰 종양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는 암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 종양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종양이 양성으로 암이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수술 뒤 약 8주만에 필드에 돌아온 뒤 8개 대회에서 4번이나 컷 탈락하며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던 임멜만은 매스터스에서 전격 우승을 차지한 뒤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냐”고 말했다.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임멜만에게 지금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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