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핵화 진전·국민적 합의·경제 타당성 등 경협 4원칙 제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을 포함, 남북한 간에 고위급 외교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의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 및 편집간부들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남북한이 위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접촉하는 것보다는 정례적인 대화를 위해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며 “연락사무소장은 남북한 최고 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이 같은 고위급 외교채널 구축 방안을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남북간에 고위급 연락사무소를 설치, 수시로 가슴을 열고 대화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한 것으로, 북한측의 수용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북핵신고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으로 수개월째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서울과 평양에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전격 제안은 북핵문제 해결과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출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간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 주민의 실질적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혀 왔고 이번 제안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취임 후부터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 방안 모색 차원에서 숙고를 한 결과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 개최될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제안을 설명하고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북핵문제 타결 이후의 한반도 정세까지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양국이 북핵신고에 관해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가 타결의 실마리를 찾고, 북미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수방관하다간 자칫 한국만 소외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미리 대책을 세우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위기 도래설’에 대해 “본격적인 경제협력 문제는 비핵화 진전과 연계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 위기는 별도의 인도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대북 경협 4원칙으로 ▲비핵화 진전에 따른 단계적 지원 ▲경제적 타당성 ▲재정 부담 능력 ▲국민적 합의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권은 남북 관계를 6자회담을 통한 핵 해결보다 중요시 했으나 새 정부는 한반도 핵포기에 중점을 두고 6자회담 협상과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핵확산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통일 가능성’ 질문에 “통일이라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준비를 해야 하며 그래서 국제관계도 항상 좋게 하고자 노력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빠른 시간 내 갑자기 붕괴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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