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김이 18번홀 파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팬들의 환호에 깊이 몸을 굽혀 답례하는 앤소니 김.
PGA투어서 8년만에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한 앤소니 김
“지금은 멍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8번홀 그린으로 걸어갈 때 기분은 내생애 최고였다. 영원히 그때 기분을 잊지 못할 것이다“
4일 막을 내린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PGA투어 38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앤소니 김(22)은 승리의 첫 소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LA 한인출신으론 처음으로 PGA투어 정상에 오른 앤소니 김은 또 이제 겨우 만 22세로 PGA투어에서 8년 만에 최연소 우승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오히려 마치 오랜 짐을 벗은 것 같은 느낌을 털어놓았다. 엄청난 재능보다 더 엄청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지난 2006년 9월 PGA투어 데뷔전에서 2등을 차지한 뒤 대회 우승트로피가 술술 굴러들어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PGA투어가 생각만큼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지난해 투어루키로 4차례 탑10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우승권에는 근접하지 못했던 앤소니 김은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블루재킷을 입고 우승트로피를 치켜든 뒤 “나는 지난해 미성숙한 어린애였다”면서 노력보다는 천부적인 재능에 의지했던 솔직하게 자신을 평했다. 그는 “지난해 나는 거의 연습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경기중 다음 샷을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연습스윙을 생략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하고 “지난해 우승을 했더라면 그나마 거의 없었던 연습시간이 더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마 지금 후타스투어(마이너투어)에서 뛰고 있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끈임없는 연습과 최선의 노력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난해 우승 못한 사실은 내게 최고의 약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가 지금껏 골퍼로선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가 이처럼 엄청난 자신감을 가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주니어시절 AJGA(미주니어골프협회) 4년연속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대학골프에서도 ‘올해의 1학년생’과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고 미 대표로 2005년 워커컵에서 미국을 승리로 이끄는 등 그의 골프 커리어는 승승장구 원웨이 밖에 없었다. 프로전향 후 나선 PGA투어 첫 대회 텍사스오픈에서 단숨에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그의 엄청난 재능을 잘 말해주는 것. 하지만 오클라호마대 3학년을 마친 뒤 9월에 뒤늦게 프로로 전향한 탓에 시간상 너무 늦어 더 이상의 스폰서 초청을 받지 못한 앤소니 김은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2007년 투어카드를 따낸 뒤 ‘너무 피곤해서’ 오프시즌동안 전혀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말을 빌리면 지난해 시즌 내내 거의 연습도 하지 않고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 그는 4번이나 탑10에 오르며 아깝게 투어신인왕을 놓쳤을 만큼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괜찮은 성적일지 몰라도 타이거 우즈처럼 우승을 챙길 것으로 기대했던 그로선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결과였다. 투어카드를 손에 쥐자마자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던 우승트로피는 1년내내 구경도 해보지 못했고 5피트10인치 160파운드의 호리호리한 체격에도 불구, 330~340야드를 가볍게 때려내는 엄청난 파워의 소유자인 앤소니 김으로선 힘으로 PGA투어를 압도하려던 생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올 들어 연습강도를 훨씬 높였고 베테랑 캐디를 고용, 실전에서도 예전의 무모할 만큼 공격위주의 플레이 대신 확률에 따른 플레이를 하는 등 진정한 골퍼로서 다시 태어났고 준메이저급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로 꿈에 그리던 첫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이제는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쓸어 담을 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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